좌승희 신간 '박정희…'…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압도할 자본주의 선언문
2018-03-09 10:30:4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자본주의 경제는 기업경제"…기업 총수부터 읽을 책 등장
시장은 만능 아니야…정부-기업 사이의 삼위일체 강조
시장은 만능 아니야…정부-기업 사이의 삼위일체 강조
-'한강의 기적' 다룬 좌승희 박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
박정희 관련 서적 연속 서평<상>
기쁜 소식을 전한다. 좌승희(71·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박사의 신간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기파랑 펴냄) 출간은 등장 자체가 굿 뉴스다. 이 책 출간과 함께 외국학문에 각주 달고 해설하기 바빴던 기존 수입경제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학문으로 성큼 탈바꿈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아니겠지만, 지식사회 내부에선 경하할 일이다.
박정희 관련 서적 연속 서평<상>
▲ 조우석 언론인 |
예전 국문학자 조동일이 <우리 학문의 길>이란 책에서 이런 인상적인 비유를 했다. 우리 자료에 서양이론을 대입하는 식의 학문 행위란 전국체전용이겠지만, 세계에 통하는 보편 성격의 일반이론을 만들어야 그게 정말 올림픽용 학문이란 것이다. 이 책은 그 기준에 썩 근접했다.
조선시대 이후 우린 주자학에 각주 달고 해설하는 훈고학(訓詁學) 전통에 갇혀 살았는데, 그걸 이 책이 깼으니 문화사적 의미마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 좌승희 경제학은 기존 경제학과 뭐가 다를까? 많이 다르다. 기존 경제학이 시장경제이론이라고 해보니 "주어진 자원-부의 최적 분배원리"에 그쳤다. "주어진 자원-부의 창출 원리"엔 크게 미흡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지구촌 인구 중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배고픔을 해결한 건 4분의 1에 그친다. 3년 전 좌 박사가 자기 책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에서 "경제학은 왜 가난을 방치하는가?"라고 따진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주류경제학은 과학 콤플렉스 탓에 현상을 계량화하고 도표를 그리는 경제과학을 자랑하지만, 막상 공허하다.
▲ 좌승희 박사의 신간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 |
하지만 경제학은 예나 제나 그런 태도에서 멀다. 그건 외국도 마찬가지다. 몽땅 주류경제학의 도그마에 갇힌 탓인데, 도그마는 셋이다. 첫째 주류경제학자들에겐 시장이 하나님이다. 때문에 그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질색하는데, 그걸 박정희가 시도했고 또 여보란 듯 성공했다. 수출진흥책, 중화학공업이야말로 경제학이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해온 것이 아니던가. 그런 이유로 저들에게 한강의 기적은 단지 두통거리다.
둘째 대부분 경제학자들에게 평등-균형이 신인데, 그런 외눈박이들에게 박정희의 전체 모습이 들어올 리도 없다. 기존 경제학 자체가 "독점자는 없어야 하고 모두 규모가 같고 균형을 이룬 완전경쟁시장이 최상"이라고 가르치는데, 박정희는 거꾸로 간 것이다. 유능한 중소기업을 키워 대기업으로 만들고, 재벌경제를 만들어 균형을 깼고 이 불균형을 적극 활용해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뤄냈다. 때문에 박정희란 기존 경제학에겐 여전히 미스터리다.
셋째 박정희는 경제자유는 물론 정치자유까지 일부 제약한 게 사실이다. 쿠데타-유신을 한 박정희를 정치학자들이 소화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를 하나님으로 모시는 주류경제학 학자들은 박정희 해석을 하려면 머리에 쥐가 난다. 지금 잘 나가는 중국도 해석 못한다. 왜 옛 시절 한국과 지금의 중국은 경제자유가 좀 부족해도 경제는 발전했던 것일까?
여기에서 좌 박사는 담대한 선언을 한다. 시장을 신으로 보는 주류 경제학 자체가 도그마에 빠졌을 뿐이라는 것, 시장의 힘만으로 성공한 경제는 인류사에서 없다는 것이다. 시장 자체가 본래 불완전하며, 보완할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부터 인정하자는 제안이다. 산업혁명은 물론 20세기 도약을 이룬 한국-대만-싱가포르-중국 역시 시장 중심과 무관한 풍토 즉 정부의 산업육성책을 통해 일어섰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동시에 평등-균형을 신으로 모시는 것이야말로 좌익적 가치에 얼빠진 짓이다. 경제발전 자체가 시장의 불평등 창출 기능이란 역설 때문에 가능하다는 쪽으로 역발상을 해야 옳다. 어차피 시장이란 노력에 따라 보상을 달리 하는 메카니즘이고, 경제발전이란 것 자체가 불균형 발전을 전제로 한다는 게 그의 신선한 주창이다.
민주주의가 먼저 이뤄져야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서구 민주주의를 받아들여 경제개발에도 성공했다는 나라는 거의 없다. 원리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친구가 되기 힘들다. 외려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게 좌승희 경제의 냉철한 논리다.
이런 새로운 발상을 종합하면 무슨 얘기가 될까? 기존 경제학은 한강의 기적은 물론 경제발전 현상 자체를 설명 못하는 불구의 학문이란 뜻이 된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시장-정부-기업 3자의 역할을 동시에 강조하는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을 좌 박사는 개진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견인차인 기업을 다루지 않는 경제학을 두고 “농경시대 경제학”이라고 비판하는 대목도 썩 볼만하다.
"기존 이론은 자본주의의 발명품인 주식회사 제도가 경제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경제학은 아직도 기업이 없던 농경사회 경제학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류경제학은 한국 개발연대의 도약이나, 일본 메이지유신 이후의 산업화, 중국의 성장을 일관성 있게 설명 못하며 그걸 예외적 현상으로 취급한다."(38~39쪽 발췌)
▲ 박정희 시절의 대한민국이 성장-분배에서 세계 최고였다고 1993년 세계은행이 공인했다. 연평균 9% 넘는 경제성장은 물론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까지 이뤄낸 놀라운 과정(1965~89)이었다. |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 하이라이트가 그 대목인데, 한국처럼 반기업 정서가 심한 나라에서 시장 만능의 도그마를 깨고 기업을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꼽은 이 책의 등장은 그래서 경이롭다. 그걸 좌 박사는 "자본주의 경제는 기업경제"이며,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시장경제라기보다는 주식회사 기업이란 보이는 손이 이끄는 상황이라고 새삼 강조한다.
정부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큰 정부론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저자만의 미덕이다. 서구처럼 경제발전의 고전적 방식을 취한 나라가 있고, 한중일처럼 예외적으로 발전한 그룹이 따로 있다는 기왕의 통념을 깬 것도 훌륭하다. 즉 동서 경제발전을 하나의 원리로 꿴 것이고 그래서 경제학의 일반이론이 맞다.
반복하지만 이런 성취는 박정희 개발연대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 때문에 가능했다. 박정희는 경제개발의 모델을 세계에 제시한 경제의 챔피언이 맞으며, 또 한강의 기적이란 한국적 상황을 떠나 언제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부자나라 만들기의 핵심 모델이란 얘기다. 그리고 저자는 박정희 경제개발의 요체를 "기업부국의 패러다임"으로 인상 깊게 명명하고 있다.
개발연대 성공이 서구처럼 부국강병의 제국주의로 가지 않고, 삼성-현대-대우 등 평화적인 대기업군을 낳은 기업부국의 기적적 성취로 이어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또 하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의 출간에 기뻐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건 마르크스 경제학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이 무엇인가? 그건 잘 나가는 이웃, 흥하는 이웃을 때려 눕히자는 원한에 찬 학문이다. 좌승희 경제학은 잘 나가는 이웃, 흥하는 이웃 옆에 있어야 나 또한 잘 나가고 흥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동반성장의 경제학이다. 그점에서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은 공산당 선언문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이며, 자본주의 선언문이라고 이름 붙여야 옳다.
맞다. 이 책은 87년 체제 이후 '박정희 반대로'를 외치며 개발경제 시절의 위대한 성취와 문법을 무시해왔던 못난 우리들에겐 거의 축복에 해당하는 책이다. 지금도 박정희를 원조 적폐라고 손가락질하는 좌익 멍청이들부터 이 책을 읽을 걸 권유한다. 대통령 문재인과 그 주변의 탈레반들도 이 책을 쥐고 공부하길 원한다.
물론 이 책의 한계는 없지 않다. <신 국부론>(2006), <한국 현대사 이해>(2007)<발전경제학의 새 패러다임>(2008)등의 내용과 서술이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점이다. 독특한 그의 문장의 한계 때문일텐데, 그래서 내 경우 3년 전에 나왔던 책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과 함께 읽어 서로 보완하는 길을 선택했음을 밝혀둔다. 그런 한계에도 좌승희 경제학의 성취는 놀라운 굿 뉴스가 맞다. 그건 다시 한 번 경하하자. /조우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