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40년 역사의 증권거래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이 다음 주 발의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강조해온 정부의 입장에 시선이 쏠린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이미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올라 있는 상태이며 전문가들도 폐지 쪽에 우호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가 최근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증권거래세를 없애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에 올라온 내용이 100% 여론을 반영하는 건 아니지만 증권거래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은 이미 무르익었다는 견해가 많다.

   
▲ 사진=연합뉴스


증권거래세는 1978년 도입돼 이미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기간 자본시장은 경천동지의 변화를 겪었다고 해서 무방할 정도다. 그럼에도 조세 논리는 40년 전과 변한 것이 없어 최근의 여론과는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 매도자를 대상으로 매도대금의 0.3%를 거래세로 걷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쉽게 말해 주식거래로 손실을 보더라도 거래세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복거래의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하루에 4회 이상 거래를 하면 매도액의 1%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단타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금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금융선진국들의 제도 또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일률적인 증권거래세가 아닌 투자 이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채택한 상태다. 중국(홍콩 포함)의 경우 거래세율이 0.1%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전문가들은 양도세 부과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구축된 한국의 경우 증권거래세의 의미는 더 이상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론의 움직임에 주목한 국회 역시 거래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다음주 중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침묵을 보였던 국회마저 법안을 준비할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단, 거래세를 즉시 폐지할 것이냐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소 간의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을 준비 중인 최운열 의원 측은 “(거래세 폐지에 대한) 유예기간을 둔 다음 일시에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해서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어떻든 증권거래세에 대한 여론은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이 경우 불가피하게 세수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활황을 띠면서 거래세 세수는 2015년과 2016년에 연속으로 6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증시가 기록적인 활황이었던 작년의 경우 증권거래세만 8조원에 육박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어 거래세에 대한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행 거래세를 유지할 경우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논란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시대적 흐름이나 세수정의 차원에서 볼 때 거래세 폐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폐지의 속도나 방식 차원에서의 논의가 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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