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 명의 살인자가 재판장에서 각각 선고를 받았다. 한 사람은 여자친구를 폭행해 살해한 남자친구이며, 한 사람은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죽인 아내이다. 재판부가 그들에게 내린 형량은 각각 집행유예와 징역 4년.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두 사람이지만 이렇게 상이한 판결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10일) 밤 11시 15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이 남녀 성별 앞에 공정한 지를 실제 사건 사례들을 통해 짚어본다. 

   
▲ 사진=SBS '그것이 앞고싶다' 홈페이지


▲ 우발적 범행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밭. 유독 작물이 자라지 않은 채 텅 비어있는 땅이 있다. 그 밑에 잠들어있던 건 2012년 자취를 감추었던 혜진 씨(가명). 차디찬 땅속, 그것도 시멘트와 함께 잔인하게 미진 씨를 묻은 이는 바로 그녀의 동거남이었던 이정우 씨(가명)다. 하지만 미진 씨를 폭행해 살해하고 완전범죄를 꿈꾸며 시신을 암매장까지 했던 그에게 내려진 죄의 무게는 징역 3년.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유기했던 그에게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리고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 '여자친구를 때려죽여도 집행유예, 이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여자친구를 수 차례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남성에 대해, 재판부는 '우발적'이었다는 피고인의 의견을 참작해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범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 계획된 살인
 
반면,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아내 순자 씨(가명). 그녀의 아들조차 그녀의 선택이 극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도 이어지던 남편의 폭행에 그녀가 선택한 건 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당방위도 심신미약도 인정하지 않았고, 살인의 고의를 인정해 그녀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남자가 때리면서 살다가 죽였는데 상해치사가 인정되고, 아내가 맞으며 살다가 죽이면 살인이 적용되니 소위 '기울어진 재판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살인은 폭행치사에 비해 형량이 높게 적용된다. 그리고 우발이냐 고의냐의 인정 여부에 따라 두 죄는 갈린다. 혹시 여기에 남성중심적 사고 편향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오늘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성별 앞에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판사의 관점에 따라 양형 기준과 감형 요소가 불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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