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광성 정치사회부 기자
[미디어펜=정광성 기자]미투(#me too) 열풍이 빠르게 정치권 상륙했다.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이 지목됐다. 10일에는 현역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

10년 전 노래방에서 민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폭로가 나오자 그는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외교안보 분야는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뤄진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순항 중이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북핵 위기는 북핵 위기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이는 6월 지방선거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중량급의 민주당 인사들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지방선거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안 전 지사의 성추문 사건을 시작으로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이번 지방선거는 당연히 압승을 예상했지만 성추문 사건으로 형국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선 성추문이 종종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은 여당이던 새누리당 시절 민주당으로부터 ‘성누리당’이란 공격을 받곤 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14년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해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심학봉 전 의원이 성폭행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한국당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은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부으며 ‘도덕적 우위’를 과시하곤 했는데, 이번엔 공수가 바뀌었다.

한국당은 연일 ‘미투 사태’를 전면에 내세워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도덕성 면에선 할 말이 없었던 한국당이 거꾸로 민주당을 비도덕적인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연이은 미투 폭로로 인해 한국당은 호재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투 운동에 한국당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당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당 차원에선 성 추문 관련해 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한 의원은 “민주당의 잇따른 성 추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국당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도 안심하긴 이르다. 지방선거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당 차원의 전수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거대한 모순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그릇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시점이 분명해 보인다.[미디어펜=정광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