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교수 "노동자는 착취당했다"는 거짓말 실증적으로 반박
신간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 빈익부 부익부 과정 증명
박정희 관련 서적 연속 서평<하·끝>
 
   
▲ 조우석 언론인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기파랑)의 저자 류석춘(63) 교수가 2년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젊은 층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를 확인해려는 작업이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 몹쓸 세상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응답을 피할 수 없었다.

젊은 층 사이엔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없지 않아 "경제발전을 통해 중산층을 만든 부국 대통령", "새마을운동 성공" 등에 두루 동의했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이 더 많았다. 그들은 "박정희=장기집권을 한 독재자"란 생각을 여전히 품고 있고, "친일파", "정경유착으로 재벌을 살찌우고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것 등을 그의 과오로 꼽았다.

이게 무얼 말할까? 사회가 온통 병들었는데, 젊은이들만 바르고 멀쩡할 것이란 기대 자체가 허망한 건 아닐까? 그래서 지난해 나왔던 단행본 <박정희 바로 보기>, <박정희 새로 보기>같은 기초공사가 소중했고, 신간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 같은 후속작업이 등장했다고 보면 된다.

즉 부국 대통령 박정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탄생 100년을 맞았던 지난해 이후의 장기적 과제란 뜻이다. 신간은 "정경유착으로 재벌을 살찌우고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게 과연 사실인가를 따져본 실증작업이다. 진영논리에서 나온 갑론을박 따위를 접고 따질 걸 촘촘히 따져보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목소리의 톤은 낮지만, 하나하나 점검하는 정성이 대단하다.

   
▲ 류석춘 교수의 신간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
거시적 관찰이나 경제지표 인용 등은 물론 관련자 심층면접 등의 과정을 거쳤으니 품을 많이 들인 작업이다. 저자의 성품도 무던하다. 나처럼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박정희를 외면하는 얼간이들에게 첫 회 서평에서 다뤘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의 결론을 들이대고 바로 끝냈으리라.

"박정희 시절의 대한민국이 성장-분배에서 세계 최고였다고 1993년 세계은행이 공인했다. 연평균 9% 넘는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까지 이뤄낸 놀라운 과정(1965~89)이었다." 그게 정답인데, 뭐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그건 보통사람들의 체감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 됐고,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됐다는 게 엄연한 그 시대의 진실이다.

빈익부 부익부의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역설이지만 대기업 중화학공업 노동자들의 경우 일부 고용세습을 주장하는 게 증거의 하나다. 평균연봉 1억 원짜리 철밥통을 대물림하겠다는 배짱인데, 그들의 아우성대로 만일 착취를 당해왔다면 대를 이어 희생하겠다고 자청하겠는가?

그걸로 논란은 사실상 끝난 셈인데, 거기에서 질문을 멈추면 안 된다. 그럼 그들의 권익 옹호와 노동해방을 외쳐온 민노총이란 집단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동안 여기에 동조해온 박노해 류의 집단, 그리고 민노총의 등에 얹혀 권력을 쥔 민주당의 입장은 또 뭔가? 이 책은 그런 어리석은 이들에게 눈과 귀를 새로 뚫어주기 위한 책이다.

이 책 한 권에 현대사가 압축돼 있지만, 대기업 중화학공업 노동자를 키운 게 박정희였다는 게 핵심 메시지의 하나로 설명된다. 유신 선포 3개월 뒤인 1973년 1월 중화학공업화를 선언한 그는 이 현대사 최대의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과학기술 인력 육성작업에 시동을 거는데, 그게 엄청났다. 그때 이후 1980년대까지 정부는 무려 200만 명 기능공을 키워냈다.

그들을 중화학공업 노동자 즉 '산업전사'로 만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후반 60대 초반이 바로 그들 연령대인데, 필자도 그 세대다. 시골 출신인 나는 인문고로 진학해 대학 졸업 뒤 기자생활을 했지만, 어쨌거나 우리 모두는 당대발복(當代發福), 즉 팔자 고치는데 성공했다.

안 그랬다면 우리 대부분은 지금도 시골에서 땅 파고 살며 아버지대처럼 살았으리라. 각종 시범공고-특성화공고에서 판금-용접-배관-기계조립 등을 배워 졸업 뒤 100% 취업된 뒤 방위산업과 관련된 기계공업과 화학공업을 일궈낸 역사는 결코 우리들 차지가 아니었다. 중동에 진출한 플랜트 수출을 담당한 자랑스러운 역사도 우리 손으로 쓸 수 없었다.

핵심은 이들이 국가-자본으로부터 착취당했다는 논란인데 그건 한마디로 "전혀 근거 없다"(144쪽). 현대중공업 기능공의 경우를 보자. 그들의 임금은 처음부터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보다 높았다. 40년 근속 내내 마찬가지였고, 지금 그들은 중산층 내지 그 이상 계층에 편입됐다.

이런 결론은 73~83년 입사해 근속했던 노동자들을 만나 임금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면접한 결과이니 논란이고 뭐고의 여지가 없다. 그들 산업전사들은 기술을 가진 숙련노동자라서 60년대 산업화를 주도했던 봉제산업 등 경공업분야 비숙련노동자와는 구분된다. 비숙련노동자, 그걸 상징하는 이름이 평화시장 전태일이라서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 일반인들은 『전태일 평전』을 통해 만들어진 신화를 기억할 뿐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그러는 사이 잘못 알려졌거나, 의도적인 목적으로 가공했거나, 혹은 선전선동을 위해 부풀려진 내용들이 무차별로 확대 재생산되어 오늘에 이르렀다./사진=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스틸컷

맞다. 요즘 세상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전태일은 "성자의 인품을 갖추고 있는"(평전 332쪽) 사람으로 떠받들어진다. 변호사 조영래가 쓴 <전태일 평전>은 숫제 "복음서"(335쪽)란다. 저자 류석춘은 이런 가짜 신화를 부수지만, 과격하지 않다. 그가 받았던 임금을 하나하나 분석해 전태일이 착취당했다는 게 거대한 허구일 수 있음을 조근조근 밝힌다.

그에 따르면 당시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여공들이 6년만 일하면 당시 평균 국민소득을 벌었다. 전태일은 그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아 3년 새 10배가 뛰었고, 6년 새 15배로 상승했다. 그래서 "전태일의 극단적 선택은 불가피하지 않았으며, 아름답지도 않다"(57쪽)고 결론 낸다.

즉 신간은 박정희가 재벌을 살찌우고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게 현대사 최대-최악의 거짓말인가를 규명했다. 기억해둘 점은 착취론을 부추기는 게 이른바 학문이란 점이다. 마르크시즘 관점을 따라 계급론을 앞세워 노동자가 희생당해왔다고 부추겼는데, 그 흔적이 예전 사회구성체 논쟁이다. 그리고 그 한 명이 지금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이란 걸 우리 모두가 안다.

나는 전부터 '아카데믹한 거짓말'이 문제라고 지적해왔는데, 그 생생한 사례를 이 책이 새삼 보여주는 셈이다. 현실을 왜곡하려는 먹물들의 나쁜 습관이 지식정보의 오염을 낳고, 끝내 그게 사상의 폭정으로 군림하는 게 지금 시대란 뜻이다. 그만 하자. 이제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오자.

이 책의 표현대로 한국인 대부분은 절대빈곤에서 탈출해 지금 마이 카 마이 홈에 휴가철이면 해외여행을 떠나느라 북새통이다. 이걸 보면서 어디다 대고 착취론을 반복하는가? 외려 문제는 따로 있다. 박정희 시절 키워진 노동자들이 지금 노동귀족으로 변신해 고용 세습을 떠들고, 비정규직을 희생시켜 자신의 이익을 지킬려할만큼 뻔뻔해진 게 문제가 아닐까? 이제 노동보국이란 도저히 불가능해진 꿈일까?

지난번 리뷰한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의 결론을 기억하시는가? 박정희는 경제개발의 챔피언이 맞으며, 그 요체는 기업부국의 패러다임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구처럼 부국강병의 제국주의로 가지 않고, 삼성-현대-대우 등 대기업군을 낳은 기업부국의 기적적 성취를 낳았다.

류석춘의 책은 또 다른 진실과 디테일을 보여준다. 당시 기업부국의 기적적 성취 속에서 한국인 모두는 성공했고 행복했다는 점이다. 그걸 저자는 이렇게 인상 깊게 요약한다. "박정희 18년이 공산주의 70년을 압도한다." 또 하나 이 책에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게 귀에 쟁쟁하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사에게 했던 경고였지만, 지금은 한국인 모두를 향한 조언으로 들린다.

"수많은 일꾼들이 그렇게 무섭게 일해서 얻은 게 눈부신 경제성장이다. 이만큼 살만해진 이 나라를 집단이기주의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 다시 그 옛날의 가난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나라가 없으면 기업이 없고, 기업이 없으면 일터도 없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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