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북특별사절단을 만나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약속하고 특사단을 통한 회담 제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5월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북한이 수일째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는 12일 현재까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단독제재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가며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남한과 미국 정부와의 회담에 앞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북한이 간부와 주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서 김정은의 지도력을 띄우고 내부 다지기부터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동시에 열기로 한 소식을 전하는 당 간부 대상 강연과 주민 대상 강연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설명하자 그 자리에서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측 특사단의 말을 끊고 “그(김정은)에게 ‘예스’라고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특사단의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비핵화 의지 △핵·미사일 실험 자제 △정례적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지속 이해 등으로 요약된다.

이외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특별 메시지’가 있고,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5명의 대특특사단 등 7명뿐으로 청와대는 아직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특별 메시지는 북핵 문제 해결을 넘어선 평화 메시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수교나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1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이 ‘특별 메시지’를 물으면서 제기한 북미수교 가능성에 대해 “북미수교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예정된 수순”이라며 “비핵화하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고 수교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9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히 전해달라고 한 특별 메시지가 있었다”면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 포괄적인 이야기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수락할 정도의 조건이라면 우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를 비롯해 ‘잠정적으로 도발을 중단하되 주한미군 주둔 일부 인정’과 함께 미 억류자 3명에 대한 석방이 언급됐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저녁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대중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과 관련해 “내가 자리를 빨리 뜰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전 세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을 위한 위대한 타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위대한 타결’에 대해서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1일 미 NBC방송에 출연해 “북미정상회담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핵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할 예정인지’를 묻는 질문에 “확실하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그것을 성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회담의 전제 조건’에 대해서는 “핵실험이 없어야 하고 미사일 발사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회담까지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백악관의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이 없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안 만날 것”이라고 했지만 므누신 장관은 일단 북한의 도발 중단이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5월 중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불과 3개월만에 북미관계가 극과 극을 오간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 미국이 극적으로 ‘비핵화’ 대 ‘평화협정’이라는 큰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청와대는 돌발적 스타일이 비슷한 김정은과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과 북한과 미국의 양 정상이 처한 상황이 대화 기조를 급진전시키는데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대화가 그랬듯이 북미간에도 이례적이지만 통 큰 협상이 타결될지 아니면 미국 백악관 일부 참모진들의 우려처럼 ‘북한의 덫’에 걸린 트럼프가 ‘악몽같은 북한 시나리오’를 되풀이할지 주목된다.

   
▲ 대북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이날 오후7시10분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월까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