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피의자 신문 돌입 '창과 방패' 공방…검찰 질문지 120쪽 준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뇌물 수수 혐의액만 110억 원대에 달하고 20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14일 오전9시50분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 앞에 출두해 "참담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횡령·배임·조세포탈 등 20개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나선 상태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1일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지 358일 만에, 지난 2013년 2월 자신의 퇴임 후 1844일 만에 피의자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 앞서 중앙지검 청사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와 잠시 면담을 거친 후 같은 층 1001호 특수부 조사실에서 본격적인 피의자 신문을 받고 있다.

중앙지검에서는 송경호 특수2부장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교대로 이 전 대통령 앞에 앉아 질문하고,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이 배석해 신문조서 작성 실무를 맡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강훈·피영현·박명환·김병철 변호사 4명 모두 조사실에 입회해 메모하며 조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 측이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창과 방패로 맞부딪힐 양측 입장의 핵심은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와 뇌물죄라고 보았다.

다스는 자신과 무관할 뿐더러 소송비 60억 원 대납과 300억 원대에 달하는 다스 경영진의 조직적인 비자금 또한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퇴임 후 5년 만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소환조사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날 오전9시50분 시작됐다./자료사진=연합뉴스

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BBK 투자금 140억 회수건·다스 미국 소송비 삼성 대납 60억 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박재완 전 정무수석 등 측근들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17억 5000만 원, 맏사위 이상주·친형 이상득에게 전달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22억 5000만 원 청탁성 자금, 김소남 전 의원의 공천헌금 4억 원, 대보그룹·ABC상사의 수억 원대 뇌물 의혹에 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도곡동 땅 등 다스 차명재산 의혹을 비롯해 친인척 명의의 차명 부동산·대선 및 재직 시 허위재산 신고 의혹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기획관 등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보고나 지시를 받은 적 없고 민간 불법자금 수수를 알지 못하거나 자신과 무관한 정치자금이라는 입장으로 답하리라 전망했다.

다만 김 전 기획관 등 일부 측근들의 뒤바뀐 진술과 관련해 혐의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이날 조사에서 오고 갈 것으로 관측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12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진술 과정에서 어떤 혐의를 얼마나 인정할지 여부가 법조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이날 조사는 조서 열람 시간까지 포함하면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동의를 받아 조사 전체 과정을 영상 촬영하기로 했고, 이날 조사를 끝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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