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사일생한 STX조선에 호흡기 떼려는 정부
2018-03-14 11:37:21 | 박유진 기자 | rorisang@naver.com
노사협약서 제출을 앞두고 내홍에 시달리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STX조선은 내달 9일까지 인건비 40%+@ 감축안이 담긴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만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
현재 STX조선은 생산직 근로자를 포함해 일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노조의 과반수 이상이 대상에 포함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자신을 해고한다는 계획안에 대해 서명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 수 있을까.
이쯤되니 '애초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회생하라는 정부와 채권단의 의중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노사간 협상이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자연스럽게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8일 정부와 채권단의 STX조선 회생 발표 때부터 감지돼 왔다. 당시 회생안 발표 회의에 참석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구조조정안 이행 시 회사와 채권단은 물론이고 M&A와 같이 회사를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만큼의 가치가 증진될 수 있을 거란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 한 발언이었지만 회생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채권단으로서도 지난 8년간 약 4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STX조선을 살린 터라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자구책 이행 불가피 시 더이상의 존속 가치가 보이지 않아 법과 원칙에 의해 법정관리를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TX조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더이상의 희망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자율협정 등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터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해졌고 구조조정 이후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이들도 없는 상태다.
정부와 채권단은 STX조선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