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노조의 과반수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실사 때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우리의 원칙은 노사간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법대로 청산한다는 방침이다"

노사협약서 제출을 앞두고 내홍에 시달리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STX조선은 내달 9일까지 인건비 40%+@ 감축안이 담긴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만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

현재 STX조선은 생산직 근로자를 포함해 일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노조의 과반수 이상이 대상에 포함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자신을 해고한다는 계획안에 대해 서명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 수 있을까.

이쯤되니 '애초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회생하라는 정부와 채권단의 의중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노사간 협상이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자연스럽게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8일 정부와 채권단의 STX조선 회생 발표 때부터 감지돼 왔다. 당시 회생안 발표 회의에 참석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구조조정안 이행 시 회사와 채권단은 물론이고 M&A와 같이 회사를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만큼의 가치가 증진될 수 있을 거란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 한 발언이었지만 회생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채권단으로서도 지난 8년간 약 4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STX조선을 살린 터라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자구책 이행 불가피 시 더이상의 존속 가치가 보이지 않아 법과 원칙에 의해 법정관리를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TX조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더이상의 희망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자율협정 등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터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해졌고 구조조정 이후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이들도 없는 상태다. 

정부와 채권단은 STX조선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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