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무한도전'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어놓고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휴식기 후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MBC가 1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무한도전'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입장문이 명확하지 않아 '무한도전'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리송해졌다.

보도자료에서 확인되는 팩트는 이렇다. '무한도전'은 3월말 마감한다. 후속 프로그램은 최행호 PD가 맡는데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닌 새 프로그램이며, 무도 멤버들도 참여하지 않는다. 김태호 PD는 쉬면서 가을 이후 방송 복귀할 예정이다.

보도자료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부분은 이렇다. '무한도전'은 휴식기를 가지기로 결정했다. 김태호 PD는 가을 이후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돌아온다.

   
▲ 사진=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무한도전'이 '휴식기'를 갖는다고 했으니, 이는 휴식기가 끝나면 다시 방송을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방송 재개 시기나, 멤버 구성에 대한 얘기는 없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즉,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즌 2로 돌아올 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애매모호하다. MBC는 왜 이렇게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발표한 것일까.

3월말 종영 이후의 '무한도전'에 대해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13년 공든탑 '무한도전'의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김태호 PD, 유재석으로 대표되는 멤버들과 한 몸처럼 움직여왔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일단 지금 체제의 '무한도전'은 접기로 했다. MBC가 원하는 가장 무난한 시나리오는 휴식기 동안 충분히 재충전을 하고 새로운 기획을 듬뿍 한 김태호 PD가 현재 멤버들과 함께 '무한도전' 시즌 2를 다시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김태호 PD는 쉼없이 강행군을 해오면서 피로감을 호소했다. 멤버들도 '무한도전'이 주는 압박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시 시즌 2를 함께 해보자며 선뜻 의기투합하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무한도전'은 폐지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시즌제도 아니었고, 정해진 포맷도 없이, 이렇게 오랜 기간 수없이 많은 특집의 아이디어를 내가며 장수해온 예능 프로그램이 있을까. 단순히 오래 방송된 것을 넘어 '무한도전'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무한도전' 간판은 유지한 채 PD나 출연 멤버를 바꿔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난관이 예상된다. 3월말 종영 소식과 함께 시즌 2 구상 등이 전해진 후 이미 많은 팬들이 "김태호 PD와 유재석 포함 현 멤버들이 없는 무한도전은 의미가 없다", "그런 프로그램을 '무한도전'이라 부를 수 없다"는 식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결국 '무한도전'의 운명에 대해 MBC는 '가을 이후'라는 전제를 달고 시간만 벌어둔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은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진이 말 그대로 끝없이 도전을 해왔다면, 이제는 MBC 측이 이 난제를 풀기 위해 '무한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