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아닌 분양권 상태일 때 증여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
다만 분양대금 납입 출처 분명해야 추가 '세금폭탄' 없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증여 추정 배제 기준 하향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더 오를 수 있는 부동산을 파느니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투기성 높은 부동산을 처분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이해하면서도 집값 오름세 등을 고려하면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또 분양권 상태로 증여할지, 아니면 입주 후에 증여할지를 놓고 절세에 유리한 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 경기도 한 분양단지 견본주택 전경. /사진=미디어펜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증여 건수는 28만2600여건으로 2016년(26만9400여건)에 비해 4.9%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이 가운데 주택 증여 건수는 8만9300건으로 전년 대비 10.3%나 증가했다.

서울에서의 주택 증여는 1만4800여건으로 10.2% 늘었고 특히, 8·2부동산 대책 이후 9월 935건으로 줄었던 신고 건수가 10월 1281건, 11월에 1393건, 12월에는 2101건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아파트 등 소유 주택을 매각하기 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례다.

그렇다면 다주택자가 강남의 ‘로또 청약’에 당첨됐다면 분양권 상태일 때와 입주 후 증여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세금 절약에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본다면 분양권 상태에서의 증여가 그나마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아파트 분양권은 말 그대로 ‘부동산(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즉,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등기를 마쳐야 주택으로 인정되는 만큼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유주택자라면 처분하지 않는 이상 1가구 2주택자가 되어 양도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세대 분리가 가능한 자녀에게 증여하게 되면 각각 1가구 1주택이 되어 비과세 적용 등을 받을 수 있다. 세대분리가 가능한 자녀는 만 30세 이상 이거나 30세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결혼을 했거나 또는 소득세법상 일정한 소득이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다만,  분양권을 처분하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때는 분양권 소지자도 유주택자로 규정하고 대출 규제를 적용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 증여 및 상속세율 표.

분양권 평가액은 증여일까지 납입한 금액과 프리미엄 상당액을 더해 계산된다. 즉 다주택자가 분양가 10억원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 계약금 10%인 1억원을 납입했다면, ‘1억원+프리미엄 상당액’이 분양권 평가액이다.

만일 자녀에게 증여를 결정한 시점의 프리미엄이 5000만원이라면, 증여액은 총 1억 5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성인 자녀 증여세 공제 한도인 5000만원을 제외하면 1억원이 남는데, 이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납부된다. 1억원 이하는 증여세율이 10%이기에 즉 1000만원만 내면 되는 식이다. 

하지만 완공 이후 자녀의 명의로 등기를 하게 되면 자녀는 ‘권리’가 아닌 ‘부동산’을 증여받은 게 된다. 이때 2억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12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증여가액이 12억원으로 올라간다. 증여세는 기본 공제인 5000만원을 뺀 11억 5000만원의 40%인 4억 6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과세표준 10억 초과~30억 이하의 누진 공제액 1억 6000만원을 빼도 세금이 무려 3억원에 달한다. 

다만 분양권 증여시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증여 후 분양대금 납입에 대한 출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서울‧과천 등 투기 과열 지구 안에서 3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의무적으로 자금조달계획과 입주 계획을 신고하게 하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실시했다.

자기자금과 차입금 두 개로 나뉘는 자금조달계획서에서 매매자는 자기자금은 예금액으로 할건지, 부동산 매도액으로 할 건지, 주식이나 채권 매각대금으로 할 건지 등을 상세히 밝히고 차입금도 금융기관 대출액인지, 사채인지 등을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입주 계획 역시 본인이 입주할지 가족과 함께 입주할지를 명확히 밝히고 입주 예정 시점도 명확히 적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동산 거래 계약 신고필증이 나오지 않아 소유권 등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A 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자산가들은 보통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증여를 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세의 과세 기준이 양도세보다는 덜 엄격하기에 분양권 상태일 때 증여를 하는 게 등기 이후 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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