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즈인더트랩'에서 매력 넘치는 여대생 홍설 역 맡아
"박해진, 아직도 '연서씨' 호칭…예의 바르고 따뜻한 분"
"극 중 이상형? 유정도 백인호도 NO…항상 곁 지키는 은택이 좋아"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왔다! 장보리'부터 '돌아와요 아저씨', '엽기적인 그녀', '화유기'까지 최근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언제나 잘나갔었던 여배우 같다. 하지만 오연서의 이력은 화려함과 동시에 갖은 풍파를 머금고 있다.

2002년 16살의 나이에 걸그룹 Luv로 데뷔하자마자 해체 수순을 밟았고, 이듬해 '반올림'을 통해 연기자로 전향한 뒤 소위 '인생 작품'을 만나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말숙 역으로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오연서는 오랜 무명 시절을 깨고 도약하기 시작했다. 달달한 로맨스로 차세대 로코 퀸의 자리를 넘보는가 하면, 귀엽게 망가지며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차근차근 제 길을 걸어온 오연서는 그렇게 대중이 사랑하는 여배우가 됐다.


   
▲ '치즈인더트랩'의 배우 오연서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지난 4일 tvN '화유기' 종영을 맞은 오연서는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여대생 홍설 역으로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 장악에 나선다. 원작 웹툰의 실사화를 논할 때마다 늘 캐스팅 1순위로 꼽혔던 오연서는 박해진과 싱그러운 캠퍼스를 누비며 로맨스를 펼친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모든 게 완벽하지만 베일에 싸인 선배 유정(박해진)과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여대생 홍설(오연서)의 두근두근 아슬아슬 '로맨스릴러'를 그리는 작품.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연서는 '치즈인더트랩'에 대해 "떨리고 잘됐으면 좋겠다"며 "원작이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부담이 컸지만, 저만의 홍설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 '치즈인더트랩'의 배우 오연서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 '치즈인더트랩'을 본 소감은.

"봄에 잘 어울리는 데이트 무비에요. 중간중간 깜짝 놀랄 만한 장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고. 봄에서 여름 넘어갈 때 촬영했는데 화면을 보니 참 파랗고 초록색이고 예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작품을 보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참 빠르잖아요. 만나자마자 키스하기도 하고. 그에 비해 호흡이 느린 것 같은데 신선할 수도 있고, 관객분들이 설렐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저도 설레는 느낌으로 봤어요."


▲ 2016년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참고했나.

"그 작품과 비슷하게 연기하게 될까 봐 못 봤어요.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관객의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가 방영될 때 주위에서 워낙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너무 재미있다고."


▲ 원작 웹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로 원작 팬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배우들은 옷이나 헤어, 메이크업에 따라 많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웹툰 속 홍설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하려 노력했어요. 아침마다 고데기도 하고.(웃음) 사람들이 생각하는 홍설의 이미지가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고 회의도 많이 했어요. 물론 팬분들이 닮았다고 얘기해주시는 건 외향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연기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죠."


▲ 홍설 역과 관련해 김제영 감독의 지시는 어떤 게 있었나.

"그냥 저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홍설은 굉장히 예민하고 생각이 많고 눈치도 많이 보지만 웹툰 속 리액션을 다 따올 순 없는 거니까. 제 표정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 박해진과 호흡은 어땠나. 박해진은 "어색한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오빠가 예의가 너무 바르세요. 아직도 연서씨라고 하는데, 이름을 부르면 편해질까 봐 싫으시대요. 그러다 보니 미묘한 긴장감이랄까 텐션이 끝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차가우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챙겨주시고 말도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배우들도 기존에 했던 역할의 이미지가 많이 남잖아요. 워낙 차가운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런 성격일 줄 알았는데 따뜻한 분이시더라고요. 저희 친해요.(웃음)"


▲ 유정(박해진)처럼 완벽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나. 극 중 자신의 이상형과 가까운 캐릭터는?

"전 완벽한 남자에 대한 로망도 없고,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아요. 조금은 빈틈 있고 사람 냄새 나고 실수도 하고 못난 부분도 보여주는 사람이 더 좋아요. 그래야 사랑이 깊어진다고 생각하고… 완벽한 남자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절 책잡지 않아도 책잡힐 것 같아 겁나요. 그렇다고 백인호처럼 감정적인 사람도 싫어요.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극단적인 건 뭐든 안 좋잖아요. 그래서 화낼 땐 화내주고,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은택이 가장 좋아요."


▲ 로맨스물인 만큼 몽글몽글한 장면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까지 홍설과 유정의 다양한 모습이 나왔다.

"오글거리는 신 많죠. 한 발짝 물러나면 너무 유치하고 오글거리는데 들어가면 특별해 보이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유정이 영화관에서 '오늘 예쁘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최고였죠. 그 현장이 첫 촬영이었거든요. 그 대사를 뺄까 말까 회의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근데 여자분들에게는 설렐 수 있는 포인트니까요. 남자분들도 여자친구에게 그런 표현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눈으로 얘기한다고 하지 마시고, 다 알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요.(웃음)"


▲ 극 중 동갑내기 친구로 나온 3살 언니 산다라박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전 원래 언니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편해요. 좋은 언니가 돼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동생들을 대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언니들한테는 그냥 언니 이렇게 하면 되니까. 전 언니가 편한데. 다라 언니와 붙는 신도 많고 많이 친해졌어요. 근데 (유)인영 언니랑은 붙는 신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두 분 다 의외의 면이 있는 것 같아요."


   
▲ '치즈인더트랩'의 배우 오연서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 오랜만에 경험해본 대학 생활은 어땠나.

"실제 학기 중에 찍었는데, 대학생들이 공부를 되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과제 할 생각 하고 시험 볼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혔죠.(웃음) 그래도 CC들 보니까 좋더라고요. 같이 학과 점퍼 입고 다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되게 싱그럽고… 그리고 강의실도 오랜만에 앉아보니 느낌이 새롭고 좋더라고요. 대학은 뭔가를 하지 않아도 젊고 설렘을 주는 공간인 것 같아요."


▲ '치즈인더트랩'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데이트폭력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촬영 중 애로사항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배우는 모든 작품에서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의자가 되기도 하잖아요. 찍을 땐 힘들죠. 가하는 사람도 힘들고 당하는 사람도 힘들고. 촬영할 때도 가해자 역할 배우들이 더 힘들어해요. 더 미안해하고.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이런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가 돼서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 '치즈인더트랩'은 오연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그 정도로 클로즈업이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 못 했는데 보정을 잘해주셨더라고요. 제가 나이 들었을 때 다시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예전에 했던 작품들과 비교하면 젊음의 한 페이지 같고, 청순의 끝자락 같은 느낌이라서… 나중에 '나 저렇게 에너지 넘치고 싱그러울 때가 있었구나' 하고 돌이켜보고 싶은 영화에요." 


▲ 그동안 주로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치즈인더트랩' 이후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계속 도전하고 싶죠. 영화는 1년에 한 작품은 하고 싶어요. 분량과 상관없이 캐릭터가 좋으면요. 몇 신 나오지 않았는데 그 배우만 기억 나는 경우도 있고, 관객분들이 인생의 장면으로 꼽는 장면도 사실 어떤 한 장면이거든요. 그게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또 영화는 드라마와 다르게 영화관에 직접 가서 보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 날 입었던 옷, 같이 간 사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죠. 그런 추억들이 좋더라고요. 여러분도 저희 영화를 보고 추억을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