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무약정 요금제 등 요금제 개편 단행
[미디어펜=이해정 기자]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혜택을 늘리는 등 요금제 개편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압박이 가속화될 경우 이통사들이 요금제 혜택을 얼마나 늘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무약정 요금제 등을 골자로 하는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다. 

무약정 요금제는 약정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로, 통신사와 맺는 약정 기간이 없어 요금제를 해지해도 할인반환금(위약금)을 내지 않는다. 대신 통신사 약정을 통해 제공되는 공시지원금(단말기 할인)과 선택약정에 따른 요금할인(25%)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자급제폰, 중고폰 등을 통해 신규 개통하는 고객이나 약정이 끝난 고객 등이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월 2만원대 데이터 1GB 이상, 음성 통화 200분 이상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며 오는 6월 관련 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통사들은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았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무약정 요금제는 아니지만 약정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요금이나 단말대금 납부에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부여하는 '무약정 플랜'을 출시했다. 요금이나 단말대금 납부에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고, 할인반환금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선택약정 고객이 약정기간 만료 전 재약정 시 부과받는 할인반환금을 잔여기간 상관없이 유예한다는 내용이다. 무약정 플랜을 신청할 경우 추후 36개월 간 납부하는 월 정액에 따라 포인트를 3000~9000점 적립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월 정액을 6만원 이상 내는 고객은 36개월 간 총 32만4000점을 적립받을 수 있다.

   
▲ SK텔레콤 직원이 고객에게 '무약정 플랜'을 소개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또 위약금 제도도 손질했다. 약정 기간 절반까지 채운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위해 약정을 해지할 경우 지불하는 위약금 규모를 줄였다. 2년 약정했던 고객이 1년 6개월만에 약정을 해지할 경우, 약 16~17만원 내는 위약금을 9만9000원 수준으로 줄였다. 23개월 차에 해지한다면 반환금은 약 2만원으로 줄어든다.

KT는 최근 'LTE 데이터 선택(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존 데이터 선택 32.8 요금제가 LTE 데이터 300메가바이트(MB)를 제공한 것을 최대 3.3배 늘린 1기가바이트(GB)로 제공한다. 앞서 데이터 선택 32.8요금제에 가입한 기존고객에겐 1GB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았다. 

KT는 이번 무약정 요금제를 통해 1GB 데이터 제공량을 보편요금제 기준에 근접하게 맞췄다. 데이터 선택 32.8무약정 요금제에서 세금을 빼면 2만9000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초 데이터를 늘려 월 3만2890원에 매월 700MB를 제공하는 무약정 요금제를 신설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말 데이터를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8만원대 요금제를 선보였다. 타깃층은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이다. 

기존 경쟁사들의 8만원대 요금제는 매월 기본량 20기가바이트(GB)를 모두 소진하면 하루 2GB를 추가로 제공했다. 이를 소진할 경우 속도를 3G(3세대 이동통신) 수준으로 늦췄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제약을 없앴다. LG유플러스는 또한 데이터를 가족에게는 횟수 제한 없이 친구에게는 월 4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 KT 홍보모델이 '무약정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다./사진=KT 제공

이통3사가 이같은 요금제 개편에 나서면서 고객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가령 고객은 자급제폰이나 중고폰을 선택해 무약정 요금제를 선택하거나, 약정 가입을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무약정 요금제가 약정 가입을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던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최근 요금제 개편이 보편요금제를 견제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이통사들은 요금제 개편은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통신비 인하 논의 기구가 마무리되고 국회로 넘어가면서 통신업계 손을 떠났다고 본다. 요금제 개편은 기업 입장에서 타 기업과 경쟁하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 중 하나"라며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마케팅 측면에서)추후에도 고객 대상 혜택 등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통3사는 보편요금제 등을 논의했던 통신비 인하 정책 논의 기구인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통신비 부담 경감 취지에는 동의하나,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을 설정할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협의회에선 데이터를 적게 사용하는 고객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고객 등이 있는만큼 타깃층에 따라 선별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보편요금제 도입은 저가폰을 판매하는 알뜰폰 업계 가입자 이탈 문제와 수익성 등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이통3사의 연간 매출은 2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 절반 가량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