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최주영 기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과 시점을 협의해야 하는데 조선업, 한국GM 등 이슈로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해운 재건계획 발표 시점이 조선업과 한국지엠 등 산업계 구조조정 이슈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당초 정부가 내세운 해운업 재건방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난 8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처리방안을 결정하는 데만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지난달 말 발표 예정이었던 '해운 재건 계획'이 한달 가까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개최된 회의였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내놓올지 한 마음으로 기대했지만 STX조선과 성동조선 등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안에 밀려 언급되지 않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 때 금융지원을 제 때 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면서도 반성하고 개선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고위 간부들의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결과 아니겠느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올 상반기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던 해운업계 의지도 한 풀 꺾이는 모양새다. 실제 현대상선의 경우 20척(약 35만TEU)의 선박 발주 예약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계속 늦어지면서 난감해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 발빠르게 주문(발주)해 놔야 2020년 전에 싼값에 배를 인도받아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정부의 '입'만 바라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에 담길 지원 규모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해운산업에 50조원의 추가 지원을 논의할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도 지방선거 이슈에 묻혀지면서 해운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설상가상 눈 먼 지원금을 받기 위한 업체들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상선이 미주노선에서 공동운항을 하자는 SM상선의 요청을 거부하자 SM상선이 현대상선이 제기한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해외 화주들의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며 공동운항 제안을 거절했고 SM상선은 현대상선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한국 해운 재건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선사들이 갈등을 빚는 사이 해운 공룡들은 덩치불리기에 한창이다. 1만4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47척 확보하고 있는 머스크는 10척을 추가로 발주했다. 스위스 선사 MSC도 현재 52척에서 63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COSCO와 ONE도 각각 17척, 11척을 발주했다. 

현대상선의 선대 규모는 42만TEU로 상위 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 어느때 보다도 빠른 지원과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진해운 파산 때도 그랬듯, 정부의 지원금 시스템에 많은 의존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 것 또한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직후 '100대 국정과제'로 해운강국 건설을 포함시켰고 해운과 조선의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경제·외교적 성과를 이룬 만큼 이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해운업 재건'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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