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KBS 측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에스더 기자의 발언은 문제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대중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S 취재팀은 15일 오후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당시 발언 논란에 대해 "김어준씨와 박에스더 기자가 대화한 시점은 한 달 전인 2월 16일이다. 당시 미투 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에스더 기자의 당시 발언은 미투 운동이 남성을 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뿌리 깊은 여성차별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일부 남성들의 문화와 언행을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박에스더 기자는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어준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밝은 분위기에서 출연을 마친 뒤 나왔고, 출연 내용이 문제 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가 된 해당 PD의 욕설도 박에스더 기자의 발언 때문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 사진=미디어펜 DB


이날 KBS 측은 '박에스더 기자의 미투 기획 관련 인터뷰 취지는 이러했다'고 전했으나 정작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박에스더 기자의 '성추행 혐의 질문'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에 입장문을 낸 뒤에도 여전히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에스더 기자는 방송 당시 김어준에게 성추행 경험 여부를 물은 뒤 "그런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과연 그런 적이 없었는지 취재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상대를 잠재적인 성폭력 가해자로 몰아간 행위이며,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한 표적 취재를 입에 담으며 무분별하게 취재권을 휘둘렀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한 KBS 측의 입장은 '밝은 분위기에서 출연을 마쳤고, 출연 내용이 문제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박에스더 기자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낀 청취자들과 대다수 네티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당사자 간 문제가 없었고 문제 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해명은 더욱 큰 공분을 일으켰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KBS 내부 성폭력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박에스더 기자가 미투를 이용해 '갑질' 행태를 보인 모습과 '출연자들끼리 문제가 없었으니 청취자들은 빠져주시라'는 KBS의 입장에 대중이 뿔날 만도 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투 운동을 핑계 삼아 갑질하려는 박에스더 기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등록됐으며, 16일 오전 2시 기준 참여 인원이 6,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 사진=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공


한편 박에스더 기자의 막말 논란은 지난 14일 미디어오늘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경훈 PD의 직위해제 소식을 전한 뒤 불거졌다.

정 PD는 지난달 16일 KBS 기자들이 '방송국 내 미투'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스튜디오 밖 라디오 조정실에서 욕설을 한 것과 관련해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그는 협찬 고지 멘트 부탁을 거절한 KBS 기자들과 당시 방송 내용에 불만을 갖고 혼잣말로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정실에 있었던 KBS 소속 기자는 출연자들의 멘트에 불만을 표한 정 PD의 욕설을 듣게 됐다. 이후 KBS 기자들이 소속된 KBS 특별취재TF팀이 이에 대한 항의와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tbs 측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정 PD 측은 출연자를 대상으로 욕설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출연자 측 주장과 실제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사 처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 이하 KBS 취재팀의 '김어준의 뉴스공장' 발언 논란 관련 입장 전문


'김어준의 뉴스공장' 논란에 대한 KBS 취재팀의 입장입니다.

KBS 박에스더, 이랑, 이지윤 기자는 2월 16일 설날 '뉴스공장'에 출연했습니다. 박에스더, 이지윤 기자는 KBS 내부의 미투 문제를 다룬 영상의 출연자였고, 이랑 기자는 해당 영상을 기획한 취재팀의 일원으로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방송 15분 전 '뉴스공장' 작가는 "나경원 의원과 한겨레신문 기자도 다 읽었다"면서, 영리 목적인 '상품협찬' 고지를 KBS 기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기자들은 KBS 사규를 들어 광고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뉴스공장' 작가는 알았다며 PD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진행자 김어준 씨는 PD에게서 이를 전해 듣지 못한 듯 생방송 과정에서 이를 재차 요청했고 기자들은 앞서 말했듯이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진행자가 읽게 됐습니다.

정 PD의 욕설은 이 때 나왔습니다. 갑자기 해당 기자들을 가리켜 10초가량에 걸쳐 '씨X년' '더럽다' 등 심한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혼잣말이 아니었고 부조에 있던 뉴스공장 작가들과 스태프, 게스트, 하루 전날 동의를 받고 참관 중이던 KBS 기자 등 총 7명가량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였습니다. 정경훈 PD는 당일 욕설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KBS 취재팀은 설 연휴가 끝난 뒤 출연자에게 상품협찬 고지를 재차 요구한 점, 또 이를 정당하게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디가 심한 욕설을 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TBS는 자체 조사 결과, 이러한 내용을 모두 사실로 확인하고 정 PD를 '뉴스공장'에서 제외시키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고 알려온 것입니다.

논란이 된 박에스더 기자의 발언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박 기자의 당시 발언은 미투운동이 남성을 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변화'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일부 남성들의 문화와 언행을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정확한 출연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어준) 그러니까 더 이상 참지 않겠고, 이런 문화에 익숙했다면 만약에 그렇게 생각하면 큰일 난다. 각오해라.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거고. 혹시 이게 내 잘못은 아닐까, 참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여성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걸 보여주고 싶은 거잖아요.

(박에스더) 각오해라. 그런 건 아니구요. 남성을 적으로 만들겠다, 또는 뭐 이런 건 아니고. 이게 문화의 변화여야 하기 때문에요. 혹시 남성들 중에는 각오해라. 이제 큰일 났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김어준) 과거 자신이 쭉 그래 왔다면..

(박에스더) : 혹시 공장장님께서도 조금? 

(김어준) : 저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박에스더) : 미투에서 취재해 봐야겠네요. 과연 그런 적이 없었는지. 어쨌든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함께 더 생각하자는 거죠, 같이 대책을 만들어 가고. 사실 남자분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 어려워해요." 

당시 김어준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밝은 분위기에서 출연을 마친 뒤 나왔고, 내용에 대해 어떠한 문제 제기도 이뤄진 바 없습니다. 

정 PD의 징계 및 관련 내용에 대해 tbs는 입장을 내겠다고 저희 측에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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