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소설가 하일지(임종주·64)가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및 미투 운동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동덕여자대학교 학생 A씨는 지난 14일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하며 하일지 작가가 수업 도중 '미투 운동'에 대한 비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 사진=SBS


A씨가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하일지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김유정 작가의 소설 '동백꽃'을 강의 자료로 활용했다.

하일지는 "'동백꽃'은 캐릭터 점순이가 순진한 총각 '나'(소설 속 화자)를 성폭행한 내용"이라며 "얘도 미투 해야겠다"라고 말했다.

하일지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에 대해서도 "이혼녀인데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학생이 "왜 김지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 폭로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거다. 질투심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하일지의 발언에 한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자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니 분노해서 나갔을 것이다.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동덕여대 교내에는 곧바로 하일지의 강의를 수강 중이던 학생과 문예창작과 내 여성학 학회 등이 작성한 비판 성명이 대자보로 잇따라 붙었다.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하일지 교수는 안희정 전 지사 첫번째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건 맥락과 불통하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근거해 이른바 '꽃뱀' 프레임으로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고 조롱했다.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하일지는 복수의 매체와의 통화에서 "소설가는 인간의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므로 여성의 욕망에 관해서도 얘기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발언에 대해서는 "민감한 예를 들기는 했는데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텍스트로 일일이 논쟁에 휩싸이는 것이 힘들다"며 "내 강의 일부가 무단으로 왜곡·유출돼 논의되는 것이 의아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강의 내용은 자신의 교권과 관련한 문제이며, 학생들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일지는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비롯해 장편소설 '진술', '손님', '누나' 등을 펴낸 소설가로,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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