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오는 5월로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하는 등 북미간 회담 준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기싸움에 들어갔다.

특히 북한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과 함께 베이징을 경유한 리용호 외무상은 스톡홀름에서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부장관을 접견한 뒤 미국대사와도 면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미국대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고, 이와 별도로 한국대사도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리용호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소식을 접한 언론 질문에 “(스웨덴에) 미국 대표단 파견은 없다”고 했지만 북한의 외무상이 스톡홀름에서 미국대사를 만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아 ‘주한미군 카드’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고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주리 주에서 열린 비공개 모금 만찬에서 한국을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이 입수한 발언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국과 무역에서도 돈을 잃고 군대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기에 미국 정부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지명을 계기로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 ‘북한통’으로 불리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새 국무장관 지명자가 상원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도 “폼페이오의 인준 절차가 끝나더라도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정식 임명되기 전까지는 북한 외무상은 커녕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장관과도 공식 접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말한 사실을 미국 정부가 우리 측에 공식 연기 통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이 비교적 낮은 수위로 상대를 자극하고 있는 것은 대화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싸움으로 분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 14일 논설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들고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대화파였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다음날이다.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된 지난 9일 이후 대미 비난 수위를 낮춰왔던 북한이 다시 미국화 남한을 공격하던 단골소재를 꺼내든 것이다.

해당 논설은 지난 7~9일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첫 협의를 소재로 삼았지만 “약탈자의 흉계가 깔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라든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오만한 지배자”라고 표현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날강도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날까지도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정상회담 예정 소식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최근 노동신문에 “우리에게는 그 어떤 군사적 힘도, 제재와 봉쇄도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라는 지금 상황에서 다소 쌩뚱맞은 논평을 실었다. 

한편, 리용호 외무상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톡홀름을 방문한 것은 현재 스웨덴이 북한에 외교공관을 두지 않고 있는 미국, 캐나다와 호주 등 국가의 외교이익 대행과 대화 중재라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스웨덴은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1975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평양 주재 외교관을 파견했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작년에 귀국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바 있다.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대미외교 담당 최강일 부국장과 함께 15일 스웨덴을 방문하기 위해 이날 정오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