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숨이 턱에 차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무려 7.5km를 스키에 몸을 싣고 달려 마침내 다다른 결승선, 신의현(38)이 그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한국 동계 패럴림픽의 새 역사가 열렸다.

신의현은 1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22분 28초 40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동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 신의현이 처음이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 패럴림픽부터 출전해온 대한민국 선수단이 처음 일군 영광의 금메달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신의현은 2km가 조금 지난 지점부터 1위로 치고 나가 줄곧 선두를 지켰다.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지며 다니엘 크로센(미국)의 맹추격을 받았지만, 사력을 다한 막판 스퍼트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신의현은 불굴의 의지로 너무나 감격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철인'같은 강행군을 해왔다. 노르딕스키 6개 종목에 출전해 총 60km 이상을 달렸다.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7.5km, 11일 크로스컨트리 15km, 13일 바이애슬론 12.5km에 연이어 출전했다. 14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1.1km)에서는 예선, 준결승, 결승까지 세 차례 합쳐 총 3.3km를 뛰었다. 16일에는 바이애슬론 15km에도 출전했다.

장애인 좌식 스키는 오로지 상체의 힘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이 스키를 타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들다. 그럼에도 거의 매일 경기에 나서 전력을 쏟아붓고도 이날 크로스컨트리 7.5km에 또 다시 도전해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력과 한계를 넘어선 정신력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앞서 크로스컨트리 15km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신의현은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과 함께 첫 2관왕이라는 금자탑을 두 개나 쌓았다.  

2006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신의현은 아픔을 딛고 휠체어농구,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사이클 등 도전할 수 있는 모든 운동에 닥치는 대로 도전하며 스스로 의지를 키웠다. 노르딕 스키를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운동을 통해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평창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의지로 버텨내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위대한 새 역사를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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