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제3의 창업 선언' 없어…당분간 공식석상 안 나와
기업 진정한 홍보는 '실적·고용·세금'…삼성 잘 하고 있어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그룹이 오는 22일 창립 80주년을 맞는 가운데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당초 이재용 부회장의 '제3의 창업 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당분간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이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달간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다. 삼성 계열사들은 이 기간 동안 복지기관과 지역사회 등을 방문해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한다. 기념일 당일에는 특별한 행사 없이 사내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창립 75주년이었던 지난 2013년에는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등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고, 시국이 어수선한 점을 감안해 조용히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1988년 이후 10주년 단위 기념일마다 유독 부침이 많았다. 

창립 60주년이었던 1998년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그룹 차원의 기념식 없이 삼성물산만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창립 70주년인 2008년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특검 수사에 연루돼 자축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80주년을 맞은 이번에도 당초 예상됐던 이 부회장의 '제3의 창업 선언' 등이 보류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2014년부터 경영 일선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경영 방침 등 포부를 내놓은 적은 없었다. 일각에선 창립 80주년을 맞이해 이건희 회장처럼 '제3의 창업 선언'을 선포, 경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감감무소식이다.

   
▲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이건희 회장은 이듬해인 1988년,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기념행사를 거행해 앞으로의 경영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50년에 만족하지 말고 다시 창립한다는 각오로 새로운 50년을 개척해 나가지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지난 50년 동안 삼성은 외형적으로 두 배 반의 성장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국가사회에 봉사하는 국민기업으로서의 모습을 새롭게 했으나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었다"며 "지난 반세기의 발자취를 거울 삼아 삼성의 위대한 내일을 설계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날의 선언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초일류를 향해 나아가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결심은 이후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져 삼성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계기가 됐다.

삼성의 역사는 1938년 3월 1일 이병철 창업회장이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당초 창립일은 3월 1일이었으나 198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 창립일을 지금의 3월 22일로 변경했다. 

8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삼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53조원의 영업이익이라는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다만 기업을 나쁘게 바라보는 '반기업 정서'는 삼성이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자유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이 선뜻 경영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삼성은 대한민국 기업이지만 한국을 벗어나 세계의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한국식 정서를 벗어나야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의 80주년은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기업의 진정한 홍보는 '실적', '고용', '세금'으로 말해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삼성은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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