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와 펀드 환매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3일부터 7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은 2조191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외국인의 매수세로 코스피는 2000선을 회복했지만,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자의 매도공세로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는데는 실패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상회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펀드 환매'에 발이 묶인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투신은 5440억원, 투신을 포함한 기관은 772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코스피가 2000선에 도달한 이후 투신권을 중심으로 또 한 번 매도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아직까지 기존의 학습효과와 더불어 투자자들의 뚜렷한 투자심리 개선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해 줄 만한 이벤트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기관과 외국인 간의 수급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가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 종가가 2000포인트를 웃돌았을 때의 외국인 및 투신의 수급을 분석한 결과 투신은 일평균 678억원을 매도했고, 외국인은 1579억원을 매수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었을 때를 기준으로 투신의 일평균 매도 규모는 ▲2012년 493억원 ▲2013년 787억원 ▲2014년 794억원 등으로 점차 커졌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매수세 역시 ▲2012년 1413억원 ▲2013년 1544억원 ▲2014년 2711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공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등 대외 변수가 코스피의 박스권 상향 돌파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지루한 힘겨루기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다가 다음 주쯤 지수 향방이 결정될 것 같다"며 "2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FOMC 의사록 공개 및 오는 22일 발표될 5월 HSBC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 외국인의 매수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강도가 기관 환매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지가 코스피 박스권 상향 돌파의 중요 포인트"라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탄력을 받지 못해도 지수가 완만하게 상승하며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로 2020포인트를 저항선으로 하는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추세에서 소외된 한국시장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추세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