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세종에 대해 과연 그가 성군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 책이 출간됐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출판사 백년동안을 통해 ‘환상의 나라’ 시리즈 제1권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를 발표했다. 세종에 대한 ‘환상’을 깨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세종실록’을 비롯한 다양한 사료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살핀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종은 한국사 제1의 위인”이라며 “(이 책은) 그 국민적 통념을 비판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조선왕조의 양반들은 세종을 성군이라고 칭송했고, 그의 치세 36년간의 업적은 크고 중요했다”며 “세종은 조선왕조의 정신적 기틀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기틀이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세종이 △양반-노비제 확립 △기생제 사실상 창출 △사대주의 국가체제를 정비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저서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사진=독자 제공


그는 “훈민정음의 창제는 소중화 조선이 중화로 적극 진입하기 위한 매우 의지적인 문화정책이었다”며 “한 마디로 세종은 양반의 나라 조선왕조의 기틀을 놨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임금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그 임금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민에게까지 성군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자유인의 공화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을 지금껏 성군으로 받드는 것이 이 나라가 자유인의 공화국이란 의식이 결여되거나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며 “이 같은 현대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오해를 드러내기 위해 이 책을 쓴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생산적인 논쟁이 일지는 의문”이라며 “책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나라에서 학계란 겉으론 고상해보여도 속살에서는 집단연고의 무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지난 2016년 ‘정규재TV’를 통해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이번 책은 앞으로 12권의 시리즈로 이어질 계획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친일파 문제를 다룬 ‘나라는 누가 팔았는가’, 위안부 문제를 다룬 ‘위안소의 여인들’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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