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레드벨벳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때아닌 '페미니스트 선언 논란'에 휘말렸다.

레드벨벳은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아티움에서 진행된 리얼리티 '레벨업 프로젝트' 시즌2 1,000만뷰 달성 기념 팬미팅에 참석했다.

이날 팬미팅에서 아이린은 "최근에 휴가를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민경희 작가의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 등의 도서를 언급했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린은 이 자리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사실만 밝혔다. 하지만 이후 일부 팬들이 "아이린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며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탈덕'(팬을 그만두는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82년생 김지영'이 페미니즘 도서라면서 이 책을 읽은 아이린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했고, 아이린의 사진을 찢거나 불에 태우는 인증 게시물을 올리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생 전업주부 김지영씨의 고백을 바탕으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지난해 '제15회 독자 선정 올해의 책'에 꼽혔으며, 현재 교보문고 종합 주간 베스트셀러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청와대 오찬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팬들이 아이린에게 안긴 논란은 그야말로 황당하고 무례하다. 아이린이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것이라 가정하더라도 그게 비난받아 마땅한 걸까. 페미니스트는 성 평등을 지지하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불평등하게 부여된 여성의 지위, 역할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여성운동을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성우월주의·남성 혐오로 변질된 일부 집단으로 인해 크고 작은 소음도 있으나 이 같은 의미를 짚어보면 아이린의 독서 인증은 논란거리가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사상 검열대가 된 독서 취향과 불온서적이 돼버린 베스트셀러, 결국 아이돌을 제 입맛에 맞는 바비돌로 만들고 싶은 이들이 빚은 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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