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가 대사에 이훤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훤 시인은 "문장을 도둑맞았다"며 항의했고, 제작진 측은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다. 

이훤 시인은 20일 오전 자신의 SNS에 19일 방송된 '키스 먼저 할까요' 18회 엔딩 장면 캡처와 함께 "문장을 도둑맞았어요. 엔딩에 대사로 사용된 문장들은 시집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에 수록한 시"라고 밝히며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용하셨더군요. 인용도 아니고 대사로요. 두 문장이니 짧은 독백으로 소비하셔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셨나봐요"라는 글을 올렸다. 

   
▲ 사진=SBS '키스 먼저 할까요?' 방송 캡처


이어 "이런 식의 도용은 정말이지 괴롭다. 방송작가라면 창작하는 이의 마음을 뻔히 아실 텐데 어찌 다른 창작자의 문장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시는지"라고 허락 없이 자신의 시구를 인용한 '키스 먼저 할까요' 작가(배유미)와 드라마 제작진에게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훤 시인이 지적한 문장은 감우성과 김선아의 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한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한 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라는 대사다. 

시 도용 논란이 일자 '키스 먼저 할까요' 측은 이날 곧바로 해명하고 사과를 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송출 과정을 담당한다는 김재현 PD는 이훤 시인의 SNS에 "이훤 시인님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고개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 대본에는 출처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다. 팩트는 송출 과정에서 부주의로 출처가 누락된 것"이라며 "내 부주의고 불찰이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김 PD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문장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다. 방송업계 종사자 이전에 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 일로 상처입었을 이훤 시인님 및 독자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 결코, 결단코 도용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SBS 측 역시 제작진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며 사과하는 한편 다시보기와 재방송에서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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