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마녀사냥 희생속 3년간 자숙의 세월, 사내임직원과 소통 먼저해야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3개월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식품매장.

평범한 엄마복장 차림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아이와 함께 간이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땅콩회항사건으로 극심한 시련과 고난을 당한 그가 아이들을 위해 장을 보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나이어린 아이와 강제로 떨어져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과 미안함이 더욱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조현아 전부사장. 그는 2014년 12월초 소위 땅콩회항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땅콩회항이 아니라 땅콩후진사태로 혹독한 고초를 겪었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로서 대한항공 서비스개혁을 위해 매진해온 그의 노력과 성과는 여론의 역풍속에서 묻혔다. 항로변경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구속됐다. 여론은 재벌3세의 갑질사건으로 대서특필했다.

당시 정치적 곤경에 처해있던 박근혜정부는 전광석화처럼 조전부사장을 강도높게 수사했다. 수개월간 그는 정부 정치권 언론의 먹잇감이 됐다. 그는 한진그룹에서 맡았던 모든 직함을 내려놓았다. 검찰에 소환될 때 머리숙여 사과했다. 진정성있는 눈물도 흘렸다. 피해를 입은 박창진 사무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조회장도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조회장은 이어 "아버지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1심이 여론을 의식해 구속을 선고했던 것과 달리 항소심은 죄형법정주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판단했다. 핵심 혐의였던 항로변경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것. 업무방해혐의만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자유의 몸이 된 조전부사장은 그동안 참회와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대외행보를 일제 중단했다. 3년간의 자숙기간 중 모처의 보육원을 방문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부모가 없는 보육원생들에게 매달 후원금도 보내주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있는 셈이다.

자숙기간을 충분히 보낸 조 전부사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정서법으로 고통을 겪고, 법적 처벌도 다 받은 만큼 다시금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국민여론이 부담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복귀는 자칫 집권세력의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진그룹은 일단 조전부사장의 경영복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19일 단행된 한진그룹 임원인사에서 조전부사장의 이름은 없었다. 언론에선 그의 경영복귀 가능성을 점쳤지만, 그룹측은 아직 여론의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조현아 전부사장이 3년간의 고통과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 경영복귀를 할 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땅콩회항 당시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풀려 마녀사냥을 당한 측면이 적지 않다. 기내서비스 강화가 시급한 만큼 경영복귀 명분도 있다. 사내임직원들과의 진정성있는 소통을 거쳐 복귀의 명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YTN 켑처 자료화면


조전부사장 사건은 마녀사냥의 측면이 강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재벌 3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땅콩회항 사건을 실제보다 거대하게 부풀렸다. 희생양, 속죄양을 찾고 있던 언론과 정치권은 재벌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 검찰은 거악을 척결하는 명분으로 조전부사장 사건을 강도높게 수사했다.

그가 부실한 기내서비스를 문제삼아 여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등에게 고성을 지른 행위는 적절치 못했다. 그가 잠시 흥분했던 원인도 따지고 보면 객실서비스부문 최고책임자로서 부실한 서비스를 문제삼다가 빚어진 우발적 사고에서 비롯됐다. 언론은 냉정한 취재와 진실보도를 하기보다는 재벌3세의 갑질사건으로 반재벌정서를 부채질하는 데 열을 올렸다.    

최근 '민중은 개 돼지' 설화사건으로 쫓겨났던 교육부 나형욱 국장이 소송을 거쳐 복직된 것은 음미할 사건이다. 나국장도 여론과 정치권의 마녀사냥에 걸려 파면당했다. 법원은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해 그의 파면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조전부사장 회항사건도 냄비 끓듯했던 나국장 사건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부박한 여론과 법리적 이슈간에 괴리가 컸다.

복귀문제는 본인과 그룹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여론도 더 이상 그의 복귀이슈에 대해 2014년 당시처럼 마녀사냥식으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전부사장은 여전히 대한항공의 서비스 혁신을 위한 경영자적 노하우와 열정,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만큼 대한항공의 서비스혁신과 경쟁력강화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는 이해관계자는 없다. 현역시절 특유의 리더십으로 대한항공의 서비스개혁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회사도 항공기 및 호텔분야에서 경영노하우를 갖고 있는 그의 경영공백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경영복귀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사내임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내직원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조전부사장이 진정으로 복귀를 원한다면 사내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그간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사내임직원들로부터 경영복귀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다시금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사내에서 언론등에 부정적인 제보를 하는 경우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박창진사무장에 대한 진정성있는 배려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은 그에 대한 회사측의 대우와 배려를 중시할 것이다. 박사무장의 마음을 사야 한다. 그가 여전히 부정적인 나팔수가 되면 여론의 역풍이 만만찮게 불 수 있다.  

젊은 직원들과 교유하고, 대화도 해야 한다. 남녀승무원들 조종사등과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도시락 토크등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청소원및 케이터링서비스직원등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사내소통과정을 거쳐야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그의 복귀를 반길 것이다.

다른 카드도 있다. 경영복귀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그룹공익법인 대표를 맡아 사회적 책임경영과 공익사업을 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스탭 바이 스텝으로 복귀하는 것이 그룹이나 본인에게도 자연스런 측면이 있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