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 소득파악 부정확, 직장인만 또 봉으로 삼으면 반발불가피

   
▲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최근 직장‧지역으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행 건강보험료가 직장가입자는 총보수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 재산, 자동차 등 매우 복잡한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연혁적으로 건강보험의 발전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건강보험은 1977년 직장 의료보험으로 먼저 시작되었지만, 농어민과 자영업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한 지역 의료보험은 보험료 부과기준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 의료보험은 1980년대 소득, 재산, 자동차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마련하였고, 이를 통해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다.

즉, 부과체계가 이원화된 것은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하루빨리 시행하여 국민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건강보험 제도 확대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의 사례를 보아도 우리나라는 매우 빠르게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으로 소득파악률이 제고되면서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보험료 부과체계에 불만이 높았던 지역가입자로서는 재산,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으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에 대해 소득만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소득중심의 보험료를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소득파악을 전제로 한다. 이는 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의 특성상 부과체계를 일원화할 경우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줄지만, 소득이 여실히 드러나는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가입자는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의료보험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일원화하려면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들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섣부른 건보 일원화는 자칫 직장가입자의 부담만 늘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로고와 홈페이지.

지역가입자의 소득 자료는 얼마나 확보되어 있을까? 공단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가운데, 절반정도는 소득이 없고, 1/4은 연소득이 500만원(월42만원) 이하이며, 나머지 1/4만이 연소득 500만원 이상이다. 빈곤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건강보험 대상도 아닌데, 이처럼 지역가입자 소득이 없거나 낮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을까? 직장가입자는 보수에 근거하여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소득자료를 100% 갖고 있다. 가입자 평균 보수월액도 290만원 정도로 연평균 소득은 3000만원이 넘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에 같은 부과기준을 적용한다면 건강보험료 부담은 직장가입자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를 직장인 월급으로만 충당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각종 소득 자료를 건네받아 여기에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면 부과체계 일원화로 감소하는 보험료를 확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건강보험료가 신설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쉽게 동의하기도 어렵다.
 

장기적으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일원화는 필요하다. 집하나 밖에 갖고 있지 않은 은퇴자에게 재직 시보다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성급하게 부과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역가입자 소득파악 문제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유리지갑인 직장 가입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