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처음 인지한 책임교수 A씨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진위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출석,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언도 했다.

아카데미 원장 B씨는 성폭행 사건과 고소 사실을 알고도 상급기관인 영진위에 알리지 않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현주 감독의 졸업작품을 아카데미 차원에서 지원·홍보하는 바람에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됐다.

이현주 감독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행정직 직원들 역시 이현주 감독에게 재판에 쓰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나서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은 장기간 은폐됐다.

영진위가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자들 역시 재판 경과에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판결 선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고 영진위는 설명했다. 영진위는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의 조직적 은폐와 관련, 조사 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하고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영진위는 "오석근 위원장이 피해자에게 조사결과를 알리면서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면서 "아카데미 내부 운영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 사진=미디어펜 DB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준유사강간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은 지난달에야 피해자의 미투 운동 동참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현주 감독에 대한 영구 제명을 의결했으며,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이현주 감독에게 수여했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신인감독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현주 감독은 성폭행 사건이 처음 알려진 당시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했고, 이 일을 무마하거나 축소하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재판이 진행되던 중 감정적인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어떻겠냐는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님의 얘기를 듣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비롯해 이현주 감독의 입장문을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이에 논란이 계속되자 이현주 감독은 지난달 8일 "이번 일에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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