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이 자랑해온 '이도류'(투타 겸업으로 생긴 별명) 오타니 쇼헤이(23, LA 에인절스)가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가더니 평범함도 안되는 마이너리그급 선수로 취급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싱글A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나왔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낸 오타니를 향한 시선이 점점 비관적으로 치닫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LA 에인절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진출한 오타니는 일본 니혼햄 시절과 마찬가지로 투타 겸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투수로도, 타자로도 전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사진=LA 에인절스 공식 인스타그램


20일(한국시간) 현재 오타니는 투수로 4경기(B게임 포함) 등판해 총 8⅓이닝을 던졌다. 무려 19안타를 맞았고 그 가운데 홈런도 4개나 있었다. 삼진 19개를 잡아내 탈삼진 능력은 보여줬으나 볼넷 3개 포함 17실점(15자책점)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16.20. 도저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성적이다.

타자로는 9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 24타수 2안타로 타율이 1할에도 못미치는 8푼3리에 그쳤다. 볼넷 3개를 얻었고, 삼진은 9차례 당했다. 아무리 새로운 무대 적응 기간이라지만 타격 기록 역시 수준 이하다.

소속팀 에인절스는 포스팅 금액 포함 2300만달러(약 250억원)나 들여 영입한 오타니에 대해 드러내놓고 불만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투구 내용이 나쁘지는 않다"는 식으로 애써 긍정적인 면모를 보려고 하지만 미국 내에서 오타니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급기야 ESPN에서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말을 인용해 "오타니는 23세의 젊은 나이로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던져본 적이 없다. 물론 일본프로야구가 힘든 리그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처럼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오타니는 아마도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하기까지 했다.

오타니는 분명 좋은 선수다. 일본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준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투타 모두 형편없는 성적을 낼 선수는 아니다. 때문에 미국 현지의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 오타니가 멘탈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로 뭔가 보여주려는 마음만 앞서고, 조금 좋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현재의 오타니에게는 부진 탈출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시즌 개막까지 시간도 별로 없고, 괜히 메이저리그에서 개막을 맞이했다가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자신감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싱글A에서 편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가진 기량을 끌어올릴 시간을 버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타니나 일본 팬들에게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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