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립 80주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암울한 시국 탓
정치권, 시민단체 중심 된 '삼성 저격수' 여전히 건재…극복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창립 80주년을 맞이한 삼성그룹이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삼성 80년사'를 기록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사내 방송으로 방영한 것이 전부다. 80년의 역사를 자축하기엔 현 시국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삼성은 1938년 3월 1일 이병철 선대 회장이 대구에서 시작한 '삼성상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 청과물과 건어물을 팔며 무역업을 하던 가게가 지금의 삼성물산이 됐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삼성상회를 떠올리며 삼성의 역사를 '구멍가게의 신화'라고 칭하곤 한다.

당시 만 28세였던 이병철 회장은 자본금 3만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삼성 사사에 의하면 이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물자가 부족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 필요로 하던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끝없이 했다.

이후 삼성은 1953년 제일제당, 1954년에는 제일모직을 설립한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1960년대에는 금융,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전자 등으로 사업을 늘리며 오늘 날의 삼성으로 변모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 21일 오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한 시민이 삼성그룹 모태기업인 옛 삼성상회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창업기념일은 3월 1일이었지만 198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 창립일을 지금의 3월 22일로 변경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지난 반세기의 발자취를 거울삼아 삼성의 위대한 내일을 설계하자"며 새로운 50년을 약속했다.

1993년에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다시금 도약을 꿈꾼다. 이후 삼성그룹의 매출은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인 2012년 기준 1987년 대비 18대로 늘었고,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303배로 성장했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삼성은 지난해 말 기준 16개 상장사 시가총액이 489조8360억원에 이르는 회사로 다시금 올라섰다. 뿐만 아니라 239조6000억원이라는 매출 신기록을 세웠고, 연간 영업이익은 53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대한 적대적인 여론은 삼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삼성 저격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창립 80주년을 조용히 보내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 기업가의 위대한 선택과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삼성의 고독했지만 위대한 업적은 우리 사회가 항상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미래에 이런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스스로 기업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도 기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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