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조항, '강화' 아닌 '삭제'해야
10번째 개헌, '자유화' 지향하는 것이 먼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청와대가 기존 개헌안에 '상생' 개념을 추가, 경제민주화 조항을 한층 강화시키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이에 '자유 시장'에 위배되는 개념인 '경제민주화'를 강화하기 보단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자유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 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1일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지만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며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고 발표, 청와대가 생각하는 개헌안을 소개했다.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해 경제민주화 규정에 '상생'을 추가하겠다"는 거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발표는 '헌법'에 대한 의미를 무색케 한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헌법 전문이 짧고 간결한데 비해 우리 헌법은 너무 장황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헌법 전문이 52개의 단어, 독일 기본법은 48개 단어로 구성돼 있다. 

특히 우리 헌법은 '경제조항'을 통해 정부가 경제 활동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어 '자유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현재 경제 조항을 통해 △경제력 남용 방지 △자연 자원 보호 △국토 균형 개발 △토지소유권 제한 △경자 유전의 원칙 △농어업 보호 △중소기업 보호 △소비자 보호 운동 △대외무역 조정 △과학기술 개발 △국가 표준 △환경권 등을 명시하고 있다.

   
▲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헌법 경제 조항' 비교./표=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제공

하지만 독일에서 '자연자원 보호'와 '토지소유권 제한'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미국, 프랑스, 일본 모두 이 같은 항목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구소련, 구동독,  그리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쿠바, 심지어 북한 보다 엄격한 경제 규제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정규재TV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경제 조항을 통해 온갖 것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헌법이 '사회주의화' 돼 있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추가 항목을 넣겠다는 것은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는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반영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런 발상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매년 발표하는 '2018 경제자유지수'를 예로 들어 대한민국은 180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 세력)이 사회주의라며 본받아야 한다는 핀란드, 스웨덴 각각 12위, 15위를 차지했다"며 한국이 결코 완전한 자유방임주의가 아님을 증명했다.

대한민국 10번째 개헌, '자유화 헌법' 지향해야

일각에서는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는 같은 조 1항에 제시돼 있는 경제적 '자유와 창의'와 배치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상태다. 대한민국의 10번째 개헌이 '자유화 헌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제119조 1항과 2항의 조항은 상호 모순"이라며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 무제한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들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며 "새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가건설(nation-building)을 완성시키는 헌법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노동자의 권리 강화 및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며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고 발표한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국가에게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할 의무와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적절한 정책들을 시행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거다.

특히 조 수석이 언급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대해서는 "대체 누구를 위한 헌법이냐"며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일 노동이라는 것을 어떻게, 누가 평가할 것이며 그것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의 역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공사판 일용직에 해당하는 논리를 헌법에 넣자고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원칙에 대해 국민들은 수용 의사도 없고 실행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차 생산라인 하나의 노동자들이 연공서열의 차이 없이 동일 임금을 받을 자세가 되어 있냐"고 반문했다. 또 "생산라인에서 박스 드는 사람과 볼트 조이는 사람은 동일 노동인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하는데 별로 쓸모없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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