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장기용이 화제의 인물이 됐다. '폭행' 때문이다. 실제 폭행한 것은 아니며 폭행 연기를 너무 실감나게 한 것이 예상밖의 논란을 낳았다.

장기용은 21일 첫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많지 않은 분량에 출연하고도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악덕 사채업자 이광일 역을 맡은 장기용은 여주인공인 이지은(아이유, 극중 이지안 역)에게 빚진 돈을 갚으라며 집으로 무단 침입하는가 하면 욕설과 심한 폭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기용은 앞선 출연작 KBS2 '고백부부'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장나라와 썸을 타는 ROTC(학생군사교육단) 선배 정남길 역으로 나왔던 장기용은 반듯한 외모, 차가운 듯 따뜻한 남성미로 매력을 발산했다.

   
▲ 사진=tvN '나의 아저씨', KBS2 '고백부부' 캡처


'고백부부'의 정남길과 '나의 아저씨'의 이광일은 장기용이란 한 배우로 잘 매치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상반된 캐릭터다. '알티 오빠' 정남길로 여성들을 심쿵하게 했던 장기용이 '사채업자' 이광일로 여성들의 치를 떨리게 했다.

'나의 아저씨' 첫 방송이 나간 후 장기용의 실감나는 폭행 연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드라마 제작진 측은 극 중 장기용과 이지은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며 "긴 호흡으로 봐 달라.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느끼셨을 부분에 대해서는 귀담아 듣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아야 했다.

드라마가 굳이 폭력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들이 극적 재미나 필요에 따라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나의 아저씨'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리턴'의 경우 총으로 머리를 쏘아죽이고, 욕조에 사람을 집어넣고 물고문을 하는 등의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럼에도 '나의 아저씨' 장기용의 폭행 장면에 시청자들 상당수가 더욱 불편함을 나타냈다.

이게 다 장기용, 또는 드라마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 탓(?)이다. 장기용이 너무 실감나게 열연을 했거나, 섬세한 연출력으로 정평난 김원석 감독이 너무 실감나게 사실적인 연출을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허구의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이고 연출이다. 깜짝 놀랄 만한 사회적 사건 사고들이 많은 세상에 살다 보니 드라마에서조차 이런 자극적인 폭력 장면을 보고싶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에서 천륜까지 거스르는 말과 행동들이 난무하는 데도 시청자들은 대체로 무감한 편이었다. 그런데 '나의 아저씨'에서의 장기용 폭행 장면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 밑바닥의 현실같은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은 아닐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