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안전대책’은 해묵은 정치 구호일 뿐

22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6.4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서울시장 여야 각 후보는 앞다퉈 지하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것으로 선거 일정에 돌입했다.

   
▲ 6·4 지방선거 공식선거 운동 첫날인 22일 새벽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역을 각각 찾아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뉴시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고, 경고음이 요란한 가운데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전동차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직원 25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감은 더욱 높아졌다.

   
▲ 지난 2일 오후 3시32분께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전동차를 뒤따르던 전동차가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 관계자들이 현장을 복구하고 있다./뉴시스

사건 이후 서울시는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개선방안이 안전사고 근절에 효과가 없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추돌사고 원인이 신호기기 고장 외에도 비정상적으로 대처한 종합관제실의 운영·관리 부주의가 낳은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그동안 서울메트로는 방만한 경영으로 영업적자가 쌓여왔다. 이를 감시-감독할 시스템도 정상적이지 않다. 경영진은 ‘관피아’가 독식하고, 사외이사는 경영·안전과 무관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지하철 신호기의 오작동이 아니라 안전-감독의 오작동인 셈이다.

   
▲ 긴급토론회 전경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1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목련실에서 지난 서울메트로 추돌사고를 계기로 서울지하철의 안전을 점검하고, 서울시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진단하는 ‘서울시 지하철, 안전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의 사회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지하철 운영대책 실효성 제고와 지하철공사 지배구조 및 안전문제, 서울메트로 경영.재무 현황, 재난방지 대책 및 안전의식 제고의 측면에서 서울시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진단했다.

   
▲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지하철 사고에 대해 “신호장치 고장 무시, 기관사의 열차 지연출발 미보고, 종합관제센터의 감시 소홀 등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서울시는 지하철 조직운영의 문제점을 회피하는 양면성을 보이면서, 그 동안 지연됐던 사업(노후 전동차 교체, 지하철내진성능 보강, 무임수송 보전)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을 요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하철사고의 원인은 ‘무사안일’ 때문이지 ‘자본의 탐욕’이나 ‘외주화(외부위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공기업 서울메트로의 경영진 견제 역할은 공기업 사외이사가 수행해야 하지만, 서울메트로 사외이사의 면면을 보면 안전-교통-경영 등과 거리가 먼 시민단체나 정치인 보좌관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울메트로는 5년간 지속적인 적자로 잉여금이 소진돼 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부채는 5년 사이 23% 증가해 3조33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연 교수는 “경영평가와 성과급지급 기준에 재무상태를 연계하는 종합적 분석모형을 도입해, 영업손실 악화나 부채규모 증대시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는 것”을 서울지하철의 재무 개선방안으로 강조했다.

   
▲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이 안고 있는 적폐를 대수술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으며,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특별합동점검 실시’ ‘지도감독 강화’ 등 상투적인 정치적 슬로건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서울지하철 적폐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노선별 책임운영-통합관리로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비용 운운하지 말고 안전플랜을 먼저 짜며, 관피아부터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규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