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의 영업 손실, 부채 늘어나면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중단해야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서울시 지하철, 안전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토론회에서 "서울시 개선방안은 졸속대책"이라고 비판했다.

   
▲ 긴급토론회 전경

이날 김 교수는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이 안고 있는 적폐를 대수술하겠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특별합동점검 실시’ ‘지도감독 강화’ 등 상투적인 정치적 슬로건만 늘어놨다"며 "이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안전불감증만 더욱 부채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

이어 김 교수는 "서울시-서울메트로의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며 "우선 노선별 책임운영-통합관리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운운하지 말고 안전플랜을 먼저 짜고, 관피아부터 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근본적인 원인이 설비 노후화보다 조직의 안전문화에 기인한다"며 "서울시가 문제의 본질엔 눈을 감은 채 전동차 노후화를 주요원인으로 지목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올해 초 440억원을 들여서 지하철 사고 원천차단계획을 밝혔던 서울메트로의 행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안전의식 제고가 시급하다"며 "지하철 재난을 대비한 대피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안전에 민감하도록’ 적응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Ⅰ. 들어가는 말

세월호 침몰 사고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대형 참사들과 많은 부분에서 너무나도 비슷하다. 벌써 여러 차례 있어 왔고 그때마다 후회하고 대책을 강구했지만 또다시 일어난 대형 참사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부실한 재난관리체계 때문이다. 시스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상황보고, 현장관리, 인명구조, 대국민 공보 등 모든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도중에도 지하철 열차 추돌 등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오랜 기간 쌓였던 안전경시의 적폐(積弊)가 하나둘 노정되는 형국 같아 우려감을 더한다. 잇단 사고는 안전과 관련된 폐습들을 완벽히 도려낼 근원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4년 8월 6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유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과 배경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지하철 재난의 유형과 가능한 피해를 사전에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고 대비하며, 사후에는 신속하고 적정하게 복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Ⅱ. 최근 지하철사고 경과와 그 원인

1. 지하철 4호선 금정역 사고

(1) 사고경과

5월 19일 오후 6시55분께 경기 군포시 금정동 지하철 4호선 금정역 당고개행 전동차(4625호 열차) 상부에 있던 과열방지 안전장치(애자)가 폭발해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11명이 다쳤다. 사고는 역사 안으로 들어온 열차가 정지하려는 순간 8-3번 승강장 인근에서 전동차와 상부 이음새에 있던 애자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고압전선에 장착하는 애자는 절연성을 위해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폭발과 함께 튕겨나간 애자 조각은 건물 유리창으로 튀었고, 이 유리창이 깨지면서 파편이 승강장에서 대기하던 최모(40·여)씨 등 11명에게 쏟아졌다.

(2) 사고원인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 코레일은 "전동차 지붕에 설치된 변압기가 터지면서 애자가 파손되면서 파편이 역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깨졌다"고 해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장난 차량은 정확한 고장사유를 밝히기 위해 사고 전문가를 투입해 정밀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1) 사고경과

2014년 5월 2일 오후 3시32분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성수역 방면으로 향하던 전동차 2대가 추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외국인 2명을 포함해 한국인 남성 82명, 한국인 여성 116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2명이 쇄골 골절, 뇌출혈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150여 명이 입원 중이다.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던 2호선 열차 2260호가 앞서가던 2258호와 부딪치면서 ‘쾅’소리를 냈으며 곧 연기가 올라왔다. 2호선 지하철사고는 먼저 가던 열차가 운행 이상으로 잠시 정차하고 있던 중 뒤에서 오던 열차가 추돌해서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뒷 열차는 급정거를 늦게 해 앞 열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았고, 이 과정에서 앞 열차의 뒤쪽 차량 두 칸이 약간 탈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 수사본부는 2014년 5월 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신호체계 오류 △종합관제센터 과실 △기관사 과실 등 3가지를 제시하였다.

(2) 사고원인

1) 신호체계의 오류

경찰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경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은 2호선 신당∼상왕십리역 구간의 신호체계에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호관리소장에게 보고했다. 현장을 책임지는 신호관리소장은 ‘모니터 고장’으로 여기고 재확인을 지시했을 뿐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2) 종합관제센터의 과실

종합관제센터 역시 사고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 관제센터에는 4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두 전동차의 간격이 좁혀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열차 지연은 출퇴근 시간에 자주 있는 일이라 사고 열차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상왕십리역 전동차 배차 간격은 6분으로 출퇴근 시간대(2∼3분)에 비해 길었다. 운행상황판만 꼼꼼하게 지켜봤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관제센터 근무자들은 뒤늦게 앞 열차에 무전으로 ‘정상 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추돌사고 직후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3) 기관사 과실

앞에 있던 전동차 기관사의 대응도 기민하지 못했다. 앞 전동차(2258)는 상왕십리역 승강장에서 1분 30초가량 정차하다가 다시 출발하는 순간 뒤에 오던 전동차(2260)에 들이받혔다. 보통 정차시간이 30초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분이나 더 늦게 출발한 셈이다. 당시 스크린도어가 제대로 닫히지 않아 여러 차례 열고 닫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스크린도어의 오작동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연 시간이 길어지면 관제실에 연락해 후속전동차 등에 상황을 알렸어야 했지만, 앞 전동차 기관사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Ⅲ. 정부와 지자체의 지하철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

1. 반복되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 타령”

“최근 서울·수도권 전동열차가 잇따라 운행 장애 및 사고를 일으키면서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철도운영기관별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사고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4월 4일 오전 9시 서울역 회의실에서 수도권 전동차 운영기관인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긴급 합동안전대책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국토부는 철도운영기간별로 자체 점검단을 구성해 전동차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토록 지시했다. 특별안전점검은 전동열차 사고 근본 원인을 파악해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사고시 신속한 복구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내구연한이 경과하지 않아도 고장이 잦은 노후차량은 특별점검을 통해 신차로 바꾸고, 지하구간에서 사고 발생 시 열차 내 승객을 신속히 승강장에 하차토록 했다. 고장차량을 열차 비운행시간 내에 이동해 출근길 열차운행 차질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철도안전기획단장과 외부 전문가, 철도안전감독관을 포함한 정부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동일 노선을 운행하는 철도운영기관간 공조실태, 사고대응시스템의 적정성 등을 불시점검할 예정이다. 국토부 이종국 철도안전기획단장은 “정부 및 자체특별점검에서 전동차량 유지관리 실태, 시설안전, 사고시 대응 적정성 등을 일괄 점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2. 반복되는 서울시의 “예산타령”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5월 8일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와 관련, "인재(人災)가 틀림없다"면서 "서울시장인 저의 전적인 책임이며 무한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TV조선' 등 6개 방송사가 중계한 TV토론에 출연,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은 지난달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에 대한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박 시장 혼자 출연해서 열렸다. 박 시장은 이날 지하철 사고 원인에 대해 "핵심은 자동제어장치 고장이었는데 기계는 100% 믿을 수 없고 사람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방어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서울지하철의 59%가 20년 이상 됐다"며 "전면 교체해야 하지만 지하철 적자가 1년에 5000억원에 달하니 중앙정부가 코레일만큼만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지하철 사고 직후 서울시청 직원들과 만든 카카오톡 채팅방을 소개하면서 "사고를 신속하게 수습하는 데 유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Ⅳ. 지하철 재난방지대책 및 안전의식 제고 방안

1. 협력적 지하철 재난관리체계의 구축

(1) 지하철 재난 매뉴얼의 엄정점검

현재의 국가 재난 매뉴얼은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정부는 25개 표준 매뉴얼로 재난 성격에 따른 위기관리 체계와 관련 부처 역할을 정리해두고 있다. 200개 실무 매뉴얼, 3269개 행동 매뉴얼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즉, 3000건이 넘는 정부의 재난관리 표준매뉴얼마저 이를 관리하고 집행하는 재난전문가 부족으로 사실상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재난관리매뉴얼은 표준화된 평균치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평균치에서 벗어난 큰 재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인명구조에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최종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하는 데, 우리나라 재난관리 체계는 정부 중앙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는 구조다.

생각건대, 지하철 재난 매뉴얼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가 재난 매뉴얼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난 매뉴얼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매뉴얼의 정의가 그렇다. 지하철에서의 수많은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하철 재난 매뉴얼의 엄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2)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재난관리체계 구축

지하철 재난관리체계와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았듯이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해도 지역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돼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적극 협력해 능동적인 지하철 재난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2. 지하철 재난방지대책의 실효성 확보

서울시는 지난 5월 2일 발생한 상왕십리역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와 관련해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 방안'을 5월 9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추돌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신호의 정상작동 여부를 전수 확인하지 못한 점과 데이터 오류가 발생했음을 알고도 본사에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선행열차가 뒤늦게 출발한 상황을 관제센터에 보고하지 않은 것과 종합관제센터에서 열차의 간격조정 등 모니터링에 소홀했다는 점 등도 언급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전반적인 지하철 운영시스템 점검 ▲안전분야에 투자 최우선 반영 ▲전문가와 외부 협력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제도화등 3가지 기본 방향을 토대로 한 지하철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우선 사람과 기계 어느 한쪽에 의존하지 않는 이중, 삼중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지하철 전 구간의 선로전환기, 신호기등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매일 첫 열차가 운행하기 전에 특별점검을 거치도록 했다. 오는 7월말까지 서울시 주관으로 1~9호선 신호시스템 전반에 대한 특별합동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외주협력업체 대한 지도감독도 강화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대해서는 서울메트로에서 직접 관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열차안전 운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동차 경정비 부분이 최우선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또 노선별로 따로 운영돼 왔던 관제센터를 'SMART 통합관제시스템'으로 통합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와함께 신속한 사고 사후 대처를 위해 사고 5분내에 상황전파와 시민보호, 초기대응을 완료하는 '골든타임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래된 전동차의 교체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서울시는 8,7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호선은 계획보다 4년 앞당긴 2020년까지 500량을 교체하고, 3호선과 1호선의 노후차량도 조기 교체하기로 했다.

상기와 같은 서울시의 안전대책은 졸속대책으로 서울 지하철 운영시스템이 안고 있는 적폐를 대수술하겠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대안으로 지하철 안전을 위협하는 운영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기 위해서는 첫째, 노선별 책임운영 및 통합관리로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둘째, 비용 운운하지 말고 안전플랜을 먼저 짜야 하며, 셋째, 지하철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관피아도 척결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생각건대, ‘이중, 삼중의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특별점검 실시, ‘특별합동점검 실시’, ‘지도감독 강화’ 등의 상투적인 정치적 슬로건이 만성화된 안전불감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실천을 전제로 한 제대로 된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실질적인 안전점검 실시’, ‘실효적인 안전교육 실시’ 등을 하여야 한다.

또한 서울시장은 지하철 안전을 위하여 2020년까지 8,7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노후차량을 교체하기로 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문제는 만일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중앙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불확실한 예산확보계획을 통해 지하철 안전관리를 한다는 발상은 사상누각이 될 우려가 크다. 그런 점에서 먼저 자체 재원조달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심층적으로 모색하고 그런 다음에 중앙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순서라고 본다. 일례로 안전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지하철 경영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즉, 생활밀착형 부대시설들을 유치해 현재 17%에 불과한 운임 외 수익을 확대하고 역세권 개발을 통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수익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지하철 안전관리를 위한 안전의식 제고

(1) 지하철 운영주체의 안전의식 제고와 강도 높은 훈련의 실시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원인의 본질이 설비 노후화라기보다는 지하철을 운영하는 조직의 안전문화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설비의 나이보다 관리 소홀이 사고를 부른다는 교훈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기관사 과실’ 문제이다. 사고의 본질에 대해 더욱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진단을 통해 안전대책을 강구할 때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와 같은 후진국형 비극의 진정한 예방과 실질적인 비상대응 대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는 전동차의 노후화를 주요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어 지하철사고의 문제의 본질에 눈감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사고 열차는 각각 1990년(뒤차), 1991년(앞차) 제작됐는데, 이는 전동차 내구연한인 25년에 육박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운행하는 전동차는 총 888대 중 전동차 내구연한인 25년을 넘긴 전동차는 10%가 넘는 145대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이 교체되면 사고가 안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더욱이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는 서울시가 최근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야 한다. 즉, 서울시는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지하철 및 공사현장 등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는 올초 440억원을 들여 선로시설 및 전기·신호시설을 정비해 지하철 사고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서울메트로의 행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처사에 다름아니다.

참고로 미국은 재난에 대비한 일상적인 훈련도 강조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는 2007년부터 열차와 지하철 기관사, 버스 운전사 등 현장 요원들을 상대로 한 재난 대응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지하철 재난에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2) 일반국민들의 안전의식 제고

2014년 5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주사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화재 대피 훈련이 실시됐다. 화재가 발생했단 안내방송이 나오고 전 층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빌딩 안에 있던 직원들 가운데 대피 훈련에 참여한 사람은 4분의 1 정도인 2000여명 이었다. 이곳에 있는 직원은 약 9000명. 안전 불감증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훈련에 참여한 사람들도 전화 통화를 하거나 옆 사람과 훈련 상황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위의 사례처럼 일반국민들에게도 안전불감증이 만연되어 있다. 만일 그 가상상황이 실제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을 오로지 국민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공영방송인 KBS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가 재난대비 국민계도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 재난대비를 위해서도 주기적으로 대피훈련을 실시하여 ‘안전민감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Ⅴ. 여론(餘論) : 중앙 정부 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

세월호 침몰사고, 연속되는 지하철사고로 인하여 국가적인 총체적 난국이 지속되고 있다. 그 동안 재난·재해에 대해 정부는 너무 안일했고 국회 또한 입법적으로 적극 대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법부작위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정부와 국회의 재난·재해 관련 정책과 입법대응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난의 유형을 크게 자연 재난, 인적 재난으로 구분한다. 안전행정부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재난관리를 총괄하며,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양대 조직으로 이원화되어 재난행정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 정부 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을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재난관리의 대상과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대규모 복합재난 대응체계 미흡과 재난과 안전의 제도적 포괄관리 부실을 들 수 있다.

둘째, 재난관리 법령 및 문서와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총괄, 협의 및 조정 등의 대상이나 방법, 절차, 조정 및 통제의 효력 등에 관한 규정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과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긴급구조통제단의 일부 기능 중복, 양 기관이 사용하는 현장대응계획의 각기 수립·시행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 재난관리 조직과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범정부 재난관리 기구의 운영이 매우 형식적이고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점, 재난 및 안전 분야 전담 및 총괄 정부조직이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되어, 업무의 중복 및 혼선을 초래한다는 점, 국가핵심기반 분야인 사이버 안보에 관한 컨트롤 타워조직이 부재하고(형식적으로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음), 국가정보원·안전행정부·국방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부처로 분산되어 있다는 점, 재난관리에 있어 중요한 민간자원 조직이 상이한 법적 근거에 따라 각기 설립되어 분산 운용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넷째, 재난관리 활동 및 기능과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재난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위험정보에 관한 사전 전파와 공유가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점, 재난관리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인식과 실행이 부실하다는 점,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방위·민방위·재난관리 체계 간 연계와 협력 구조가 미흡하다는 점, 평소 정부부처 간 고유업무와 재난 관련 업무 및 DB의 연계·공유가 부실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재난안전관리를 위한 통합관리시스템의 마련이 요구된다. 즉, 국가 재난․재해 관리에 대한 책임과 조정 그리고 통제를 할 수 있는 통합된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난이 발생한 때에 이를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상설 국가재난관리 부서를 만들어 여러 행정부서에 흩어져 있는 재난관리 기능을 한군데로 모으는 방향으로 충분한 검토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국가안전처 신설을 검토 중에 있는 것은 불가피한 대응으로 보인다.

참고로 미국은 국토안보부(DHS)를 중심으로 테러방지 및 자연재해, 재해 등을 총집결시킨 총체적 재해·재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토안보부의 산하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임무 및 기능은 행정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과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의 자원 동원을 총괄하고 광범위한 재해계획, 재해대비, 피해경감, 복구활동 시 주와 지방정부를 지원한다. 미국은 FEMA의 임무와 조직에서 나타나듯이 효율적인 재해관리를 위해 FEMA의 역할 중 조정기능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서 ‘조정’이란 연방정부 차원의 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것과는 별도로 FEMA의 주요 역할은 연방정부기관의 재해대응정책과 자원을 지휘 또는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미국은 FEMA를 중심으로 연방대응계획(Federal Response Plan)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따라 여러 가지 재해·재난의 유형 및 규모에 치밀한 대응을 하고 있다. FEMA는 모든 재해접근법(All-Hazard approach)을 활용하여 핵심 업무를 재해경감, 대비, 대응, 복구 등 4단계로 구성하고 모든 재해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재난경감은 모든 재난을 발견하는 과학, 재난 분석 및 위기평가, 응용에 이르는 기술개발, 재해경감 측정 및 예측기법 개선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난·재해 관련 다양한 법률이 제정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재난 또는 자연재해 관련 기본법」을 중심으로 현 시점에서 종합적인 분석 후 법률 규정 사항을 재점검, 간결화한 후 관련 재난 또는 자연재해와 관련한 통합되고 통일된 법제의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재난·재해의 근본적인 예방 등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재난·재해 법제뿐만 아니라, 국토·도시계획, 도시개발, 건축 등과 관련한 법제가 함께 정비되어 갈 필요가 있고, 재난·재해 법제에서는 그러한 취지를 충분히 담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여러 부처의 관련 법령에 산재되어 있고, 시급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각종의 재난·재해 관련 법제를 현 시점에서 종합적으로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판단하여 일괄적으로 정비하고, 특히 유사·중복 법령과 규정은 통폐합하고, 새로운 재난·재해에 대비해서는 새로운 법령과 규정을 만드는 등의 방향으로 체계적인 일괄 정비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