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색깔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평양 공연 예술단의 일원으로 나서는 걸그룹 레드벨벳에 대해 언급했다.


   
▲ 사진=JTBC '뉴스룸' 방송 캡처


앞서 윤상 예술단장의 기자회견 당시 한 기자는 "레드벨벳의 인기곡 '빨간 맛'이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공연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하긴 우리에겐 빨간색만 봐도 두려웠던 이념의 기운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빨강은 갈라진 이념이 상징하는 핏빛의 두려움이다. 분단과 전쟁 이후에도 그 선명한 색깔은 '레드 콤플렉스' 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생각들을 옥죄고는 했다"고 설명했다.

1897년도 뉴욕타임스의 기사에는 '분홍은 대개 남자아이의 색으로, 파랑은 여자아이의 색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 분홍은 지금과는 달리, 빨간 피를 연상시키는 남성적인 색으로 인식돼 남성이 즐겨 입는 색이었다고.

문화학자 개빈 에번스의 책 '컬러 인문학'에 따르면 중세시대의 노랑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망토 색으로 그려질 정도로 비겁함을 상징했지만, 중국 왕조시대의 노란색은 황제의 권위를 나타냈다.

초록색 또한 평화의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오셀로'에서 초록을 질투의 색으로 표현했다.


   
▲ 사진=JTBC '뉴스룸' 방송 캡처


손석희 앵커는 이 같은 예들을 언급하며 "색깔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념을 덧씌우는 것은 누구도 아닌 사람의 마음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렇다면 '겉은 오렌지색이면서 속은 빨간 자몽 헌법이다. 아주 벌겋다'는 자유한국당의 논평은 어떠냐"고 질문했다.

그는 "청와대의 개헌안에 대해서 야당은 논평했다. 물론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4년 연임제 등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의견 제시는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자신과 다른 생각이 등장하면 습관적으로 덧씌우는 빨간빛의 단어들"이라고 꼬집었다.

손석희 앵커는 "90년대 이후 출생한 걸그룹 노래에 담긴 빨강은 여름을 상징하는 상큼함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빨강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그들의 빨강이 젊음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듯 이제는 낡은 편견에 잡혀있었던 빨강을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라며 앵커 브리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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