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 대상국서 한국 등 7개국 제외
미국-중국 대립구도 형성…국내 걱정 없을까?
"중국 수출 물량 조절 나서면 관련 산업 타격 예상"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시작된 '무역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로 변화하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관세 일시 면제'로 걱정을 덜게 됐지만 반도체 등 대중 수출이 많은 중간재 공급 업계는 당분간 눈치작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중국의 총성 없는 '무역 전쟁'이 이뤄지면서 농축산식품을 비롯해 중간재 산업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23일(현지시간) 볼룸버그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유럽연합(EU), 브라질 등 7개국가에 대한 철강 25% 관세 부과안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수출품에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미국의 발표에 중국 상무부도 즉각 대응책을 발표했다. 중국이 내민 카드는 소고기와 목화, 옥수수,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에 30억 달러(약 3조2400억)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보복' 조치다.

미국은 현재까지 정확한 관세 수출품목을 밝히지 않았지만 1300여개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또한 자국 내 농식품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가장 많아 이번 조치를 실시해 양국간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진행되던 무역 전쟁이 미국과 중국 양자 대립으로 흘러가면서 당장 국내 산업에 미칠 수출 타격은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미국이 철강 관세 면제를 빌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철강 외에 다른 산업에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까지 자동차를 중심으로 FTA 재협상을 촉구했던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관세 부과 품목 안에 전자통신 기기와 같은 중간재 등이 담겨 있을 경우 철강보다 극심한 산업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한국을 통해 중간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든 뒤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 시 반도체 등 수출 물량의 가격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중국경제팀 연구원은 "수출입 물량의 상당수를 주도하는 중국의 경우 국제 시장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국가라 1300여개 품목에 대해서는 견제해야 한다"면서 "만약 미국이 중간재 시장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방침을 세울 경우 당장 중국 수출 물량이 많은 반도체 업계는 긴장감이 클 것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중간재 비중이 70%를 차지한다"면서 "만약 중국이 대미 수출 감소를 시도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도 감소해 관련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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