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대상국서 쿼터제 카드 내민 미국
철강업계 "수출길 막힌 건 아냐…다행"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저율관세할당(TRQ)'을 받아오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최악은 피해갔다는 반응을 내놨다.

당장 철강 수출 물량은 제한됐지만 일정 물량까지는 고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어 부담은 덜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관세 면세가 언제까지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해 정부와 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한 상태다.

관세 대상국서 쿼터 대상국 지정 "최악 피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은 "미국 측이 국내 철강재의 대미 수출에 대해서 최근 3년간(2015~2017년) 평균 수출 물량의 약 70%(268만t)에 해당되는 물량만 받아들이는 쿼터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확히는 70%인 286만t까지는 자율 관세를 적용하고 그 물량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만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쿼터 카드를 받아온 것이다.

그동안 철강 업계는 쿼터 수위에 따라 정해진 물량 이외에는 추가 수출이 불가능한 수입쿼터제(IQS)만은 피해가길 바래 '최악은 모면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넥스틸 관계자는 "정해진 할당량 이외의 물량은 여전히 관세 부담이 있긴 하지만 아예 추가 수출 자체를 막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 또한 오전 입장문을 발표하고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에 대해 '불행중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철강협회는 "안보를 이유로 철강수입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려했던 미국의 조치에 대해 한국이 제외된 것은 다행"이라며 "그동안 한국의 관세 면제를 위해 기울여 온 정부의 노력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다만 평균수입 물량 268만t에 대해서는 더 많은 쿼터를 확보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다.

'쿼터제' 사실상 트럼프 예상 시나리오…美 기회일까 독일까

쿼터제 시나리오는 사실상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안건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라 우리 정부가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수입 철강 제재 방안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 부과 △ 중국·한국·브라질·러시아 등 12개 국가에 53%의 고율 관세 적용 △국가별 대미 철강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 등이 담긴 조치를 실행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 부과 조치를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가 자동차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카드를 내밀며 쿼터제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이 경우 관세 면제가 언제까지 이뤄질 지 미지수라 정부의 코민이 큰 상태다.

산자부 관계자는 "관세 면제가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아 여전히 각국의 고민이 크다"면서 "이번 협상으로 철강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판재류에 대해선 전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해 안심했지만 강관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수출선 다변화와 내수진작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무역 전쟁'을 통해 자국 내 철강 생산 가동률을 70~80%까지 끌어올려 내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인데 오히려 현지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이 가동률 상승을 맞추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증설 대신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경쟁 국가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해 경쟁력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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