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7000억 유상증자를 10년 만에 단행한 가운데 은행 계열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경영전략이 눈에 띈다.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증권사들이 선택된 모양새다. 타 은행 계열 증권사들도 대형화 경쟁에 가담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결정했다. 하나금투는 지난 23일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 하나금융그룹(사진)이 약 10년 만에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무려 10년 만에 이번 증자를 통해 하나금투의 자기자본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조 9921억원에서 2조 6921억원으로 늘어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인가기준은 3조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자 가능성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하나금투의 유상증자 가능성은 이미 작년 말부터 제기돼 왔다. 하나금투 쪽에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로 약 3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증자는 사실로 확인됐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연임 문제가 생각보다 크게 불거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져 하나금투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증자를 통해 하나금투 역시 초대형 IB의 골격을 갖춘 대형사로 발돋움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증권사들의 증자는 최근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이미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자기자본을 8조원까지 늘린 상태다. 이외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도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초대형 IB 시대를 준비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은행 계열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경영전략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은행계열 증권 4개사의 지주사 기여도는 작년 10.69%를 기록했다. 이는 6.63%를 기록한 전년에 비교해 4.06%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별로 기여도를 보면 NH투자증권 40.7%, KB증권 8.1%, 신한금융투자 7.3%, 하나금융투자 7.2% 순서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예외 없이 은행에 편중된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비은행 계열사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곤 하는데, 증권사들은 은행에 집중된 기여도를 분산하는 역할을 맡는 1순위로 항상 거론된다.

하나금투의 이번 유상증자의 경우 앞선 신한금투의 ‘자기자본 3조원 달성’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평가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격적인 증자로 인해 신한금투의 지주사 기여도가 하나금투를 앞질렀다”면서 “당분간 은행 계열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하나금투 관계자 역시 “초대형 IB로 가기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증자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증자가 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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