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폴란드에게 졌다. FIFA 랭킹 59위 한국이 6위 폴란드에게 졌으니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웠다. 특히 수비에서 아쉬움이 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경기 내용은 재미있었다. 한국은 전반 2실점했으나 후반에는 공격 주도권을 쥐고 막판 2골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종료 직전 폴란드에 추가 실점하면서 한 골 차로 졌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강팀 폴란드와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경기였다. 다만, 앞선 북아일랜드전(1-2 패배)에 이어 또 다시 수비 불안을 확인한 점은 여전한 고민거리로 남았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은 홍정호-장현수-김민재로 스리백을 내세웠다. 수비를 강화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독일전을 어떻게 버티느냐 알아보기 위한 전술이었다.

그러나 감독의 뜻대로 경기는 흘러가지 않았다. 스리백에 좌우 윙백 박주호와 이용을 수비적으로 내려서게 해 5명으로 두텁게 수비벽을 쌓겠다는 의도는 명확했는데, 레반도프스키를 중심으로 한 폴란드 공격진은 빠르고 정확할 뿐 아니라 공중전에도 강했다.

전반 32분 한국은 폴란드 최고의 골잡이 레반도프스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카밀 그로시츠키의 크로스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데다, 레반도프스키가 문전에서 점프해 헤딩슛을 할 때 주위에 있던 홍정호와 장현수는 그의 움직임을 놓쳤다.

신태용 감독은 실점 후 김민재를 빼고 황희찬을 교체 투입하면서 익숙한 전술인 포백으로 전환했다.(경기 후 김민재 교체는 부상 때문으로 밝혀졌다) 

경기 중 포맷 전환으로 어수선해진 한국 수비는 전반 45분 폴란드에 추가골을 허용했다. 이 역시 수비가 제대로 안돼 내준 골이었다. 레반도프스키가 내준 전진패스로 한국의 포백은 허물어졌고, 그로시츠키에게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수비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없어 슛을 방해할 틈도 없이 실점했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들며 홍정호 대신 윤영선, 이용 대신 최철순을 투입했다. 이들이 투입돼 한 발짝이라도 더 뛰며 폴란드 선수들을 괴롭히다 보니 수비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갔다. 위험 지역에서 상대를 놓치는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불안감은 이어졌지만 한국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수비도 훨씬 편해진 측면이 있었다.

한국은 후반 막판으로 향하면서 이창민, 황희찬의 연속 골이 터져 2-2로 따라붙었다. 폴란드와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해낸다면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추가시간, 또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빠르고 강한 폴란드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수비진의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종료 직전 폴란드의 마지막 공격에서 한국 수비들은 발이 무거워져 상대 선수를 계속 놓쳤고, 지엘린스키가 노마크 찬스를 내줬다. 지엘린스키는 골문을 확인하는 여유 속에 정확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선수들 스스로 자책하며 패배를 아쉬워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반복되는 수비 불안 문제에 대해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반 스리백 전술을 구사한 데 대해 "원정이다 보니 지키기 위한 경기를 했다. 하지만 수비라인의 선수(김민재)가 일찍 부상을 당하며 라인이 깨졌고, 힘든 경기를 했다.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던 플랜 A(포백)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납득익 가는 실험이었지만 신 감독 스스로도 스리백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날 폴란드전을 앞두고 이번 대표팀 훈련에서 스리백 훈련을 해본 것은 하루밖에 안됐다는 것. 신 감독은 "플랜 B를 생각하며 스리백을 가동했다. 하지만 하루만 스리백을 훈련했던 것이 아쉽다. 수비는 조직력 훈련을 할 시간을 더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상대에 따라 적절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2실점해 역전패를 당한 것도, 강호 폴란드를 맞아 잘 싸우고도 3골이나 내주며 진 것도, 모두 수비 불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탓이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 가장 공들여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