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8월 무렵부터 본격화된 국내 증권사들의 ‘수수료 면제’ 경쟁이 올해 다시 불붙고 있다. 일부 회사들이 시작한 평생 무료 이벤트가 점점 업계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타사로부터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이벤트도 눈에 띈다. 이 가운데 ‘레드 오션’ 경쟁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비대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평생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이벤트를 다시 가동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8월부터 2개월에 걸쳐 이미 ‘평생 수수료 경쟁’ 이벤트를 한 번 실시한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벤트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워서 무려 6만개 이상의 계좌가 개설되고, 75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신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부문 고객 자산이 25% 가까이 늘어난 것도 특징적이다.

이에 타사들도 수수료 면제 이벤트에 동참하면서 ‘수수료 대전’의 막이 올랐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월 시행한 ‘100년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고객수를 무려 2배 규모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성공적인 결과가 뒤따르자 하이투자증권은 내달 6일까지 이벤트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비대면 계좌 개설 가입자를 대상으로 ‘2025년까지 수수료 무료’ 이벤트 기한을 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오는 5월 말까지 삼성증권 앱 ‘mPOP’으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휴면고객에게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면제 대상은 삼성증권 모든 온라인 채널에서 거래하는 국내주식,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수료다.

수수료 면제 이벤트는 지난 2016년 2월 금융위원회가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3~5년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주류였지만 대세가 점점 ‘평생 면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른 회사의 고객을 유입시키는 ‘타사대체입고’에 대한 유치전략도 가동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타사대체입고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최대 2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삼성증권도 이달 타사에서 주식을 옮기는 고객에게는 최대 100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시행 중이다.

업계 이벤트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사들의 경우 이미 브로커리지 수익보다는 투자은행(IB) 쪽으로 수익 창출 구조를 바꾸고 있는 추세다. 신규 투자자들의 경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에 한 번 적응하면 해당 증권사에 길게 정착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에 수수료를 포기하고서라도 장기적인 고객을 영입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여전히 대형사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에서 중소형사의 수익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사대체입고 유치경쟁이 보여주듯 최근 증권사들의 전략은 ‘레드오션’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중소형사들의 고객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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