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정주행을 하고 있는가. 일단, 그렇다. 유럽 원정에 나서 두 차례 치른 평가전에서 '희망'을 봤다.

한국은 지난 24일과 28일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2연전을 벌여 모두 패했다. 북아일랜드와는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했고, 폴란드와는 0-2로 뒤지던 경기를 2-2까지 따라붙었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며 2-3으로 졌다.

두 경기 모두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졌는데, 무슨 희망?

   
▲ 사진=대한축구협회


수비의 문제점은 여전했다. 북아일랜드전에서 동점골을 내줄 때는 세트피스 시 상대의 변칙적인 공격에 수비 전열이 흐트러진 것이 김민재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역전골을 내줄 때는 중앙수비수 장현수가 상대와 몸싸움에서 밀린 것이 빌미가 돼 실점했다.

폴란드전에서는 스리백으로 나섰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선제골을 내줬고, 김민재의 부상교체로 포백 전향을 한 다음 상대 전진패스에 구멍이 뚫리며 추가 실점하는 등 전반에만 2골을 잃었다. 후반 2-2 동점 추격 후에는 종료 직전 체력 고갈로 상대를 제대로 막지 못해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이번 2연전을 보면서 다시 확인된 수비 불안 때문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분명,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 수비 강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다면 유럽 원정 2연전을 통해 얻은 것은 없는 것일까. 바로 그 '얻은 것'에서 희망을 본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만날 스웨덴, 독일을 가상한 상대로 이번에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평가전을 가졌다. 만약 이번 경기 결과를 그대로 적응하면 본선에서 스웨덴에 지고 독일에도 지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해볼 수 있다. 헌재 한국 대표팀의 기량이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한국은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좋은 추가 득점 찬스도 여러 차례 있었다. 골 결정력이 조금만 좋았다면, 수비 실수만 줄였다면 한국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즉, 한국은 러시아에서 스웨덴을 만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폴란드를 상대로 한국은 전반 두 골을 내주고도 후반 두 골을 만회하며 따라붙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에는 한국의 공격이 더 활발했고 좋은 공격 패턴을 보였다. 한국이 전반 수비 전형에서의 혼란만 없어다면, 또 막판 체력 저하만 없었다면 충분히 비기거나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경기였다. 즉, 한국은 러시아에서 독일을 만나 비기거나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2연전 한국 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권창훈(북아일랜드전)과 이창민 황희찬(이상 폴란드전)이었다. 믿었던 주포 손흥민이 골맛을 보지 못했고, 아시아나 남미 팀들에게는 통했던 김신욱이 고전하는 등 공격 쪽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공격 전술은 단순하지 않았고, 골로 향하는 다양한 루트를 찾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확실한 손흥민 활용법을 찾아내거나 손흥민 스스로 집중견제를 이겨내는 힘을 키운다면, 더 좋은 공격 조합을 만들어낸다면, 세트피스를 골로 연결하는 훈련을 더 많이 한다면, 공격력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물론 수비를 더 가다듬고 상대 맞춤형 대비 전략을 더 촘촘하게 짜는 노력은 남은 기간 필수다.

평가전을 통해 이만큼 배웠으니, 신태용호는 연패로 사기가 꺾일 것이 아니라 한 뼘 성장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긍정의 힘'으로 월드컵 준비를 착실히 하다보면 희망사항을 현실로 만들 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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