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취임 1년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코넥스 시장이 얼어붙는 나비효과가 가속화 되고 있다. 올해 상장기업이 전무한 가운데 본래 코넥스가 해야 할 역할마저 코스닥이 독식하면서 점점 코넥스의 존재감이 유명무실 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올해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단 1곳도 없는 상태다.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관계로 1분기 상장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0건이었던 적은 없었다.

   
▲ 사진=연합뉴스


코스닥시장은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과 초기 중소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가 2013년 7월 전격 개장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받고 지정 자문인(증권사) 한 곳과 자문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라면 상장이 가능하다.

2013년 개장 시점에도 코넥스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굳이 회사들이 코넥스를 거치는 수고를 감당할 메리트가 적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 들어 코스닥 활성화가 정부 시책 수준으로 강조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스닥 상장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비상장사가 굳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에 이전 상장할 필요성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코넥스 상장 기업 수는 작년 수준(29개)에 머무르거나 감소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에 △세전 순이익 50억원 △시가총액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갖추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규정을 바꾸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상장 요건 개편이 끝나면 코스닥 상장 청구가 가능한 기업 수는 4454개사에서 7264개사로 무려 6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코넥스에는 149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미 상장된 기업들의 거래 또한 부진한 게 사실이다. 올해 들어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8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인 7조 5406억원과 비교하면 0.13%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 수가 1268곳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적다.

파격적인 진입요건 완화가 확정된 코스닥과 달리 코넥스에 대해서는 별다른 배려 조치 또한 없는 상태다. 2016년 ‘지정 자문인 및 특례 상장 요건’을 일부 완화한 게 마지막 지원책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후 코스닥에 상장하려는 기업을 ‘검증’하는 역할도 겸했던 코넥스의 입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코스닥과의 균형을 특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침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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