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러시아 "일일 180만배럴 감산 최대 20년 연장"
미 셰일오일·가스 증산 및 '아시아 프리미엄' 감소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휘발유값이 지난달 둘째주부터 6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를 놓고 엇갈린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번달 넷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2.7원 하락한 리터당 1552.87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가능성을 예고, 하락세 완화를 넘어 반등할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OPEC와 러시아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정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진행중인 일일 180만배럴 감산을 매년 협정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최대 20년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경기 회복 및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석유 수요 증가도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봄철에는 수송용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 추이/자료=오피넷


휘발유값 반등을 예상하는 측은 국내 휘발유값은 흐름이 정해지면 쉽게 추세가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시 2~3주가 지나면 국내 휘발유값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휘발유값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측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 금수조치 해제로 OPEC와 러시아 등 전통 산유국들의 감산효과가 억제된 것을 근거로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2016년 대비 일일 55만배럴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해는 1040만배럴로 증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생산량 1위인 러시아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감산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된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이날 반등하기까지 미 원유생산 증가 등으로 나흘간 하락세를 보였으며,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미국 업계가 생산량을 늘려 배럴당 65달러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미 오클라호마 광구/사진=SK이노베이션


또한 중동 산유국들이 국내와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 판매하는 원유에 붙여온 '아시아 프리미엄'이 제거되면 국내 휘발유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유럽은 역내 유전을 보유하고 필요시 아프리카 혹은 중남미에서 에너지를 도입하기 쉬운 반면 동북아 지역은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한때 2% 가량 비싸게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의 업체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현대오일뱅크 역시 이를 검토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개선되고 있으며, 한화토탈을 비롯한 석유화학업계까지 미국산 원유를 도입할 경우 결국 프리미엄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통 산유국들이 미 셰일업계 고사를 위해 '치킨게임'까지 벌일 정도였으나 이제는 이들 국가가 가격을 높이고 미국은 낮추려는 상황"이라며 "'2차 셰일혁명'을 통해 채산성을 높인 셰일업계가 추가적인 기술개발 등 원가절감에 성공한다면 국제유가가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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