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요보직에서 여성 임직원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증권업계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설립 62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인사부장을 배출했고, 금융투자협회에서도 창립 이래 첫 여성 임원이 나왔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여성들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 연초 인사에서 여성 임직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일 부장·팀장급 정기 인사에서 주요보직에 여성 인력을 발탁해 업계에 큰 화제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채현주 인사부장으로, 거래소 설립 62년 만에 첫 여성 인사부장이라는 점에서 기록적인 인사가 됐다. 아울러 황우경 전 시장정보팀장은 인덱스사업부장으로 승진 발령돼 거래소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인덱스사업을 총괄한다. 

이미 거래소는 2016년 파생상품시장본부 일반상품시장부장으로 역시 여성인 정미영 부장을 발탁한바 있다. 이번 인사로 거래소 내의 여성 부서장은 모두 3명으로 늘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른바 ‘승진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라 이들 중 거래소 최초 여성 임원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팀장급에서도 여성 직원이 기존 5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본부의 김은희 기업심사팀장, 윤재숙 상품관리팀장, 신민희 파생상품시장본부 배출권시장팀장이 팀장으로 새로 승진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거래소의 여성 부서장 비율은 5.1%에서 2.8%p 늘어난 7.9%에 불과하다. 여성 팀장 비율은 4.5%에서 7.0% 수준이다. 물론 이와 같은 압도적인 편차는 거래소 직원 전체의 성별 비중이 남성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1.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2005년 거래소 통합 당시 여성 직원 비율이 12.6%였음을 감안하면 ‘느리지만 분명한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좀 더 진도가 빠르다. 창립 이래 첫 여성 임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권용원 회장 취임 후 지난달 단행된 첫 조직개편‧인사에서 김정아 경영지원본부장은 본부장 직무대리에서 상무로 발령되면서 임원직을 달았다. 

김 본부장은 정보시스템부장과 광고심사실장을 거쳐 2015년 2월부터 홍보실장을 맡아 언론과의 접점도 많은 인물이다. 2016년 12월부터는 경영지원본부장 직무대리를 겸직해왔고 권용원 회장 취임 후에는 신설 조직인 디지털혁신팀을 이끄는 등 협회 임원 가운데 ‘최다 업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민간 증권사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월 정기 인사에서 기존 1명이던 본사 여성 부서장을 3명으로 늘렸다. 여성 센터장·지점장은 5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권선주 전 은행장이 많은 화제를 만들었던 기업은행 계열사에서도 여성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역시 지난달 인사를 단행한 IBK투자증권은 예년보다 75%가량 증가한 70명을 승진시켰는데, 이 중 여성은 무려 34명(48.6%)으로 거의 절반이었다. 작년 여성 승진자(17명)와 비교하면 정확히 2배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금융권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앞으로 여성 임직원들의 비중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부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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