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증권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시민단체‧국회의원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자율보다는 규제입법에 앞장서‘저승사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기대와 우려와 교차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차기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돼 2일 취임식을 갖는다. 김 내정자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시절은 물론 국회의원(정무위원회)으로 재직할 당시 금융업계와 대기업 지배구조 등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한 인물이라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 김기식 금감원장 내정자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30일 금융위원회는 김기식 소장을 최근 사임한 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후임으로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이번 소식에 특히 긴장하고 있는 것은 금융권 중에서도 증권사다. 김 소장은 과거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며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보험 분야 역시 긴장한 표정이다. 특히 김 소장이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계열사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고강도의 규제와 검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내정자는 19대 국회의원 시절 금융투자업계 규제강화 입법에 앞장선 인물로 첫손에 꼽힌다.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금지와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거래 횟수·회전율 제한 등 각종 규제입법을 주도했다.

반면 금융상품 방문판매법을 반대하는 등 규제 완화에는 매우 인색한 입장이었다. 2016년 임기만료를 앞두고는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법안’을 막아 자본업계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증권가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이 지배구조와 최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발행어음 사업이 정체된 상태에서 더 이상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인, 그것도 시민단체 출신 금감원장이 과연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고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금융권 수장의 자리에 오르는 만큼 업계의 목소리도 잘 반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