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우리 예술단이 130분의 평양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1일 오후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대극장에서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가 진행됐다.

북한 주민 1천 500여명이 관람한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해 북측 정부 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층 객석 중앙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나란히 앉아 관람하며 우리측 가수들 무대에 박수를 쳤다.


   
▲ 사진=KBS1 캡처


지난 2월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 당시 무대에 올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서현은 이날 평양 공연의 사회를 맡았다. 그는 "남북 사람들이 얼굴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 깊이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북한 최고 가수로 꼽히는 김광숙의 '푸른 버드나무'를 열창,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번 평양 공연 가수 11팀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건 걸그룹 레드벨벳이었다. 북한이 배척하는 이른바 '자본주의 날라리풍' 소지가 있는 데다 '빨간 맛'과 '배드 보이'를 선곡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가리킨다는 해석을 낳았기 때문.

하지만 북한 관객들은 다섯번째로 무대에 오른 레드벨벳의 공연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공연을 마친 레드벨벳 아이린은 "호응을 엄청 잘해주셨다. 공연이 끝나고 저희가 들어가고 나서도 계속 박수를 쳐주셨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백지영은 북한에서도 인기곡으로 알려진 '총 맞은 것처럼'을 포함해 2곡을 불렀으며, 윤도현은 분단의 아픔을 담은 '1178'을 열창했다. 강산에는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로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 밖에도 조용필과 최진희, 이선희 등이 '그 겨울의 찻집', '사랑의 미로', 'J에게' 등의 노래로 평양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평양 공연 예술단 11팀은 이날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우리의 소원' 등을 합창하며 첫 평양 공연을 마무리했다.


   
▲ 사진=KBS1 캡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공연을 관람한 뒤 출연진과 만나 "'봄이 온다' 공연을 했으니 이 여세를 몰아서 가을엔 '가을이 왔다' 공연을 하자.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측은 우리 가수들의 선곡이나 율동에 조금도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공연 장비 반입에 대한 제한도 하지 않아 16톤에 가까운 음향·조명 장비 등을 모두 서울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메라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기자단의 공연장 취재를 원천봉쇄했고, 우리 정부 지원단도 취재 배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전해 빈축을 샀다.

한편 우리 예술단은 내일(3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 무대를 선보인 뒤 밤늦게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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