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 3명' 교섭에 부정적 영향 없도록 피랍자 안전 최우선될까…사태 장기화 조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가나 주변 해역에 조업 중이던 어선 마린 711호가 해적에 납치되어 선장 등 우리 국민 3명이 실종된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31일 사건 4일만에 피랍 사실을 발표했으나 인질 소재나 납치세력의 신원, 요구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무부처인 외교부 매뉴얼에 따르면, 납치범들과의 교섭에 부정적 영향을 줄 내용은 공개하지 않도록 '피랍자 안전' 최우선으로 보도통제를 요청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정부 스스로 어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27일 피랍 사실 확인 직후 언론에게 '외신 보도를 받는 것도 안 된다'며 최종구출 시까지 보도유예(엠바고)를 설정했고 이틀 뒤인 29일 엠바고 유지를 거듭 요청했지만, 31일 엠바고 해제 방침을 전격 통보하고 피랍을 발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2일 "(납치세력으로부터) 장시간 연락오지 않는 상황에서 사건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족·선사의 이해를 구한 뒤 결정했다"며 "문무대왕함 파견이 일종의 간접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현지 언론이 사건에 대해 여러번 보도했다"며 "특히 가나와 같은 경우 해군 당국자가 구체적으로 사건의 사실관계를 얘기한 바 있고 우리는 국내 트위터에 이번 사건이 게재된 것에 유의해왔다"고 밝혔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이 2008년 10월 제작해 배포한 해외피랍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당사자 신변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공개가 금지되어 있고 과도한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도록 보도통제를 요청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나와있다.

당국자는 이날 "국제기구·국내 전문가 집단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중앙정부·지방정부·부족세력과 접촉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2일 오전9시를 기준으로 정확한 납치 목적과 우리 국민들 소재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 가나 해역에 있던 어선이 해적에 납치되어 선장 등 우리 국민 3명이 실종된 사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오후7시22분 엠바고를 해제하고 피랍 사실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외교부에 따르면 마린 711호를 지난 26일(현지시간) 오후5시30분(한국시간 27일 오전2시30분)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납치한 납치세력은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이동 중 27일(현지시간) 오후5시40분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우리국민 3명을 스피드보트로 이동시킨 후 도주했다.

마린 711호는 28일 가나 테마항에 도착했고 선박에 탔던 가나 국적의 나머지 선원 40여 명은 풀려났지만, 납치세력은 협상을 위한 접촉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선원 송출회사인 부산 마리나교역은 이와 관련해 1일 "해적들이 협상을 위해 선주에게 접촉을 시도하지 않은 단계"라며 "통상 일주일 정도 후 접촉해오는 경우가 있어 선주에서 준비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상태"라고 전했다.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납치세력은 나이지리아 해군의 추격이 이어지자 나이지리아와 베냉의 경계 해역에서 우리 국민 3명·그리스인 1명·가나인 1명을 스피드보트에 옮겨 태워 대서양 방향인 나이지리아 해역 밖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피랍 사건에 대해 지난달 2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돌아온 직후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급파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오만 살랄라항 앞바다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문무대왕함은 이달 16일경 사건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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