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이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6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코스피200옵션을 시장가격을 크게 밑도는 가격에 매도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즉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지만 거래 상대방이 개인들이라 돌려받을 수 있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이 주문 실수로 6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코스피200옵션을 시장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도하는 주문을 낸 것. 주문이 체결되면서 62억원 규모의 손실이 났다. 

   
▲ 사진=케이프투자증권


옵션이란 코스피200지수를 비롯한 기초자산을 특정 만기일에 미리 지정된 행사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지칭한다. 통상 금융환경 변화상황에 앞서서 대응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케이프의 경우 주문실수 때문에 오히려 큰 손실을 보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주문 실수 사례는 2013년 때도 있었다.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말 코스피200옵션 종목에서 외주업체 직원이 컴퓨터 주문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무려 462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당시 시장가격보다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문이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약 3만 7000건의 계약이 체결된바 있다.

거래 상대방 중에는 해외 자본도 있었다. 이 중에서 호주계 펀드는 피해액을 한맥에 돌려줬지만 피해액의 상당수인 약 350억원의 이익을 낸 싱가포르 금융회사는 끝까지 금액을 돌려주지 않았다. 한맥투자증권은 관련 손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결국 2015년 2월 파산하고 말았다.

케이프투자증권의 경우 손실액이 한맥의 경우보다는 적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작년 매출액은 1999억원, 순이익은 135억원 상당이다. 이번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회사가 휘청일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손실 규모를 파악한 뒤에는 2월 23일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거래상대방 대상 ‘부당이득금 반환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케이프투자증권 파생상품 사건의 경우 거래상대방 다수가 개인들인 것으로 알려져 손실 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한맥보다 오히려 낮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이미 이번 손실은 1분기 실적에 ‘영업외손실’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프 측 관계자는 “주문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지만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이미 손실을 메웠다”면서 “올해 1분기 순손실을 기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실적에 결정타가 되진 않을지언정 이번 사건이 케이프 측의 ‘스타일’을 구긴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넓게 보면 고객들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도 결코 긍정적일 것은 없는 사건이다. 

선박엔진부품 제조업체인 케이프의 계열사로 LIG투자증권을 전신으로 하고 있는 케이프투자증권은 2016년(순이익 118억원)에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최근 SK증권 인수에 나섰다가 어려움을 겪자 인수 의사를 전면 철회하는 등 최근에는 악재가 겹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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