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서 땡겨온 협찬인생 시정서 재연, 재주는 중앙정부가, 이득은 박원순이 보는 셈

   
▲ 김규태 미디어펜 연구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정부재원 의존과 미래세대 갚아야 할 지방채 남발 공약/6.4지방선거, 후보들의 선심공약 봇물, 재원조달 방안도 불투명, 공염불 공약 전락 우려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불과 10여일 남았다. 전국 각지의 후보들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자신의 약속은 다르다고, 걱정은 줄이고 희망은 키우겠다고, 그리고 시민의 삶과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며 여러모로 궁리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공약의 종류는 광범위하고 깊이까지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서 재난위기관리와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본이다. 든든한 복지와 중소상인 지원은 덤이다. 2010년 이후 정치권 전가의 보도였던 무상복지-경제민주화는 끝물이다. 현 정보기술(IT)계의 화두인 빅데이터 기반 정책지원 공약 정도 아니면 참신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향후 누가 선출이 되든 당선자 공약이 실현만 된다면, 모든 지역에서 주민들 모두의 삶이 나아질 것이다. 가히 공약실현으로 인한 지상천국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공약은 그 돈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

다만 여기에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함정이 있다. 내건 공약에 대한 재원 확보의 문제다. 예산은 속된 말로 돈이다. 재원 확보는 결국 공약실현에 대한 돈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필자는 6.4 지방선거를 맞아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재원 관련정보 여부’로 판단하고 바라보았다.

우선 서울시장으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았다. ‘안전 예산을 2조원 추가 확보하겠습니다’, ‘복지플래너를 도입해서 현장 사회복지인력을 2배 확충하겠습니다’, ‘사회적 경제클러스터 12개소를 조성하겠습니다’. 모두 돈의 문제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임대주택 공급, 산업경제 활성화, 문화관광 창출, 여성아동 복지 등 공약의 카테고리까지 박 후보와 대동소이하다.

경기도지사 남경필 후보의 대단한 공약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남경필 후보의 공약은 돈의 문제를 떠나 정말 대단하다. 따뜻하고 복된 마을공동체 6000개를 만들고, 일자리를 70만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2013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총 고용인원은 74만명이었고, 전년도 대비 신규 고용인원은 1만7000명이었다. 남경필 후보는 본인 임기동안 경기도에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고용인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복지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의 공약중에는 안전예산확보등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많다. 복지공약중에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도 많다. 좌파 시민운동가 시절 기업과 금융기관등에서 대규모 협찬을 받은 것처럼 서울시장이 돼서도 중앙정부에 대규모 협찬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경필후보보다 더 심한 김진표 후보의 공약

경쟁자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도 뒤지지 않는다. 매년 20만 개의 일자리, 그것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임기 4년을 기준으로 하면 총80만 개다. 남경필 후보 보다 10만개 더 많다. 게다가 경기도 보육교사 7만명을 모두 교육공무원으로 삼는다는 공약까지 던졌다. 현재 경기도 공무원은 모두 5만명이다. 김진표 후보가 당선되면, 경기도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몇 년 내로 금새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철밥통 공무원이 급증할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선거, 정책공약집 조차 나오지 않은 경기도 후보들

문제는 선거는 코앞인데도, 시도지사 후보들이 선거공약집조차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 경기도 남경필 김진표 두 후보는 아직 정책공약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럼 서울은 어떤가?  우선 선거관리위원회에 게재된 정몽준 후보의 공약집을 살펴보았다. 정몽준 후보는 공약별 재원에 관하여 시예산 및 민자유치  2가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 이행기간도 명시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재원이 들지, 시비 및 민자유치 비율을 얼마나 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원순 후보의 경우, 공약별 소요예산은 나와 있다. 재원에 관해서는 시비, 민자유치, 중기지방재정계획 등 3가지 방안으로 언급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박 후보가 주요 공약 12개 중 7개 공약 재원에 대하여 ‘중기 지방재정계획’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박원순 후보, 중기지방재정계획의 의미

중기지방재정계획은 해당 재원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광역단체, 지방자치단체별로 작성해야 하는 재정계획일 뿐이다. 계획의 골자는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재원(교부세, 국고보조금)의 요청계획 및 지방채 발행계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방채는 서울시민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채무이다. 지방채가 과다해 못 갚겠다면 해당 단체장이 나서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선언)을 선언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결국 시민들에게로 돌아간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성남시처럼 말이다.

서울시가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재원 중 국고보조금의 추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살림살이를 서울시의 돈으로 충당하지 못하여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현상이 더욱 커진다는 얘기이다. 참고로 서울시는 2013년 기준으로, 244개 지방자치단체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재정자립도(서울 88%, 전국 평균 51%)를 보이고 있다.

   
 

안전 분야 예산의 경우, 박 후보는 관련예산을 상세히 언급했는데 이 예산은 모두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정부와의 무상보육 예산 갈등 및 최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전동차 추돌사고에 따른 예산 편성 요청 등... 박 후보가 걸어온 지난 시정 이력을 살펴보면, 그가 말한 ‘예산 확보’는 ‘정부로부터의 재원 지원 요구’ 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진보인사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땡긴 협찬의 대가답게 시장이 돼서도 여전히 정부로부터 땡길 꼼수만 부린다.

박 후보는 주요 공약 12개 중 7개 공약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재원이거나 서울시민 미래세대가 갚아야 하는 지방채로 조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후보는 이를 중기지방재정계획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 돈으로 지불해야 하는 공약 실현

결국 6.4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경기도와 서울  선거구 2곳의 유력 후보들 4명 모두, “공약실현에 위한 돈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논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정답은 있다. 도비나 시비로 하든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해서 국비로 지불하든 이 모두가 시민의 돈이요, 온 국민의 돈이라는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주인이 챙기는 것처럼 말이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다. 선거로 뽑히는 선출직은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결코 믿지는 않지만) 공직자가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을 위하여 국민의 돈을 쓰겠다면, 조달 방식과 조달 액수에 대해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 이는 어떻게 쓸지에 대한 약속만을 내세우는 것 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누가 얼마나 내느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약은 공적인 약속

공약(公約)은 공적인 약속이다. 공약(空約-아무 것도 아닌 텅 비어있는 약속)이 아니다. 누가 돈을 지불할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신의 돈이 아니라 국민과 시민의 혈세로 시민의 표를 사려는 매표(賣票)행위이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