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나의 아저씨' 이지은을 보다 보면, 영화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이 오버랩된다.

이지은(아이유)이 특수훈련을 받은 정보 요원도 아니고, 온몸이 무기인 살인병기도 아니다. 그런데 아이유가 맡은 지안 역은 맷 데이먼이 연기했던 제이슨 본과 묘한 공통점이 있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본' 시리즈는 '본 아이덴티티'·'본 슈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 3편)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은이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그동안 숱한 드라마 여주인공을 돌아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 사진=tvN '나의 아저씨', 영화 '본 얼티메이텀' 스틸컷


극 중 지안은 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부모님은 없고, 병들어 거동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할머니를 혼자 보살핀다. 사무 보조와 식당 주방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빚을 떠안고 있어 악덕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고 툭하면 폭행을 당한다. 미성년 시절에는 사람을 죽인(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지만) 적도 있다.

이런 지안이지만, 제이슨 본 못지않은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주위 사람이나 환경을 굉장히 빨리 파악한다. 지나가는 말 한두 마디만 들어도, 또는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다. 직장에서 권력 다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편가르기를 하는지, 경쟁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모략을 꾸미는지 알아채는 것은 지안에게는 일도 아니다.

눈치만 빠른 것이 아니다. 행동파다. 휴대폰을 슬쩍 해서 통화 기록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불륜 행각을 벌이고 있음을 알아내고, 별로 어렵지 않게 도청(컴퓨터 전문가인 정체불명 동생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도 한다.

지안이 훔친 상품권을 사채업자(장기용)에게 넘겨줬다가 곤란한 지경에 처해 다시 되찾을 때, 돈을 벌기 위해 회사 권력 암투에 끼어들어 박상무(정해균)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약탄 술을 먹이고 중요한 계약 건을 펑크내게 만들 때, 지안의 움직임이나 작전(?)은 제이슨 본 급이었다.   

지안이 순수한 영혼을 가진 박동훈(이선균)에게 점점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좀 억지스럽긴 해도 제이슨 본이 두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공통분모가 있다.

   
▲ 사진=tvN '나의 아저씨' 홈페이지


'나의 아저씨'가 기본적으로 스릴러물 분위기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보니, 스릴러 영화의 고전 반열에 오른 '본' 시리즈를 연상하게 되는가 보다. 이지은과 맷 데이먼이 궁지에 몰리고 또 몰리면서 자기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해야 하는 비슷한 처지가 오버랩 되는가 보다.

다만,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제이슨 본은 싸움을 잘 한다. 맨손 또는 책만으로도 총칼로 무장한 킬러 정도는 쉽게 물리친다. 반면 지안은 사채업자의 폭행에 무자비하게 당하면서도 맞붙어 싸울 힘이 없다.

돈을 못 갚아서(갚을 돈이 없어서) 폭행을 당할 때, 가진 자들로부터 횡포·무시·경멸을 당할 때, 지안이 할 수 있는 저항은 그저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것뿐이다.

이지은의 그 눈빛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온몸을 내던져야 했던 맷 데이먼보다 왠지 더 불쌍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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