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담 조직 신설 등 조직 정비
인력 확보, 기술 개발, M&A 등
'알파고 쇼크'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AI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ICT 기업들은 앞다퉈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 대전'을 위한 몸풀기에 돌입했다. AI는 기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식을 기계에게 학습시키는 것에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접목한 서비스,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AI가 실생활에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AI 열풍에 빠진 ICT 기업들의 AI 전략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영민 기자]"영미~" "라인 좋아" 등 유행어를 만들어낸 평창동계올림픽의 컬링. 최근 이 종목에서 AI 로봇이 인간과의 경기까지 치르면서 눈길을 끌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를 통해 컬링로봇 개발 주관기관으로 고려대학교 컨소시엄을 선정했고, 이들은 AI 컬링소프트웨어(SW) '컬브렌인'과 AI 컬링로봇 '컬리'를 개발했다.

   
▲ AI 컬링로롯 컬리(오른쪽)가 강원도 고등부팀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컬리는 지난달 강원도 고등부팀과 경기를 가졌다. 컬리는 머리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스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SW인 컬브레인이 최적의 스톤투구 위치를 계산해 스톤을 던졌으나 결국 빙질의 변화를 읽지 못해 0대3으로 패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수행하는 뛰어난 전략을 구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꺽은 구글 '알파고'를 기점으로 AI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ICT 업계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에 큰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면서 그야말로 'AI 대전'이 시작되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AI 스피커에서부터 이제는 TV,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AI 기능이 탑재되는 등 AI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외 주요 ICT 업계에는 AI 시장 선점을 위해 전문인력 확보, 기술 개발, 인수합병(M&A) 등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AI에 정조준을 하고 있는 이유는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세계 AI 시장이 오는 2022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삼성전자는 AI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반도체 관련 특허 출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활발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출소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행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AI 관련 투자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AI 시장 선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의 AI연구소 설립, 이스라엘 AI 음성인식 플랫폼 '오디오버스트' 투자 등이다.

   
▲ SK텔레콤 모델들이 사람 같은 아바타와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젝션 홀로그램 AI 스피커 '홀로박스(HoloBox)'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I리서치센터'를 설립한 후 올 2월 애플 출신의 AI 전문가인 김윤 박사를 센터장으로 영입하는 등 AI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시리' 개발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4일 'New ICT 포럼'에서 현재 30명 수준인 AI 관련 인력을 올해 말까지 두배로 늘리고 SK텔레콤의 장점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AI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5세대(5G)를 선도하고 있는 KT는 올해 AI 관련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난해 AI 기술 개발, 전문인력 육성 기관으로 AI테크센터와 AI 발굴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가지니사업단을 출범시켰는데 올해 초 기가지니사업단을 'AI사업단'으로 확대 재편했다. 또 AI테크센터는 융합기술원장 직속 조직으로 위상과 역할을 한층 높였다. 기가지니에 국한했던 AI사업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AI 사업의 추진력 강화를 위해 AI사업부를 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AI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홈·미디어, 사물인터넷(IoT), 기업부문과 원활한 소통·협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경쟁사보다 뒤늦게 출발한 AI 스피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 KT 모델들이 새롭게 출시한 '기가지니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게임업계도 미래먹거리로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연 넷마블은 최근 사명에서 '게임즈'를 빼고 미래성장동력으로 AI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달에는 AI센터를 설립하고 AI 전문가인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또 북미지역에 글로벌 AI 인재 유치를 위해 'AI랩'을 세울 계획이다.

넥슨은 지난해 말 AI 개발 조직을 재정비해 기존 '분석본부'에서 '인텔레전스 랩스'로 변경했다. AI 관련 인력도 60명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300명 규로로 늘릴 계획이다. 넥슨은 AI를 통해 게임 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AI 기반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업계도 AI 접목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헬로는 초고화질(UHD) 방송 녹화를 할 수 있는 AI 기반 스마트 셋톱박스를 출시한데 이어 음성인식 AI 기능을 올 상반기 중 탑재할 계획이다. 딜라이브는 AI 검색기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와 제휴를 맺었고 올 하반기부터 케이블 셋톱박스, 온라인동영상(OTT) 박스를 카카오의 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와 연동해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 출신의 김윤 SK텔레콤 AI리서치센터장은 "해외를 봐도 아직 사용자의 가려운 곳을 다 긁어줄 만한 제품은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 개발돼야 할 기술들이 훨씬 많다"며 "지금은 성과보다는 어떤 씨앗을 심느냐가 중요하며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AI 기술에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전략 투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