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오재원(두산 베어스)의 퇴장 조치와 관련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대처에 유감을 표명했다.

선수협은 5일 '심판에 대한 질의를 이유로 퇴장명령에 대한 선수협 의견'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협 측은 "지난 4월3일 잠실 두산-LG전 경기에서 심판에 대한 질의를 이유로 선수가 퇴장 명령을 받은 사실과 관련하여 KBO의 대처와 발표 내용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오재원은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 9회말 삼진을 당한 뒤 박종철 구심에게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다가 퇴장 당했다. 

   
▲ 사진=SPOTV 중계방송 캡처


다음날인 4일 KBO는 "오재원의 항의는 룰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선수가 볼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물어봐선 안 된다. 박종철 구심이 1차적으로 주의를 줬지만 선수가 다시 항의성으로 또 따져 물었다. 퇴장 사항이 맞다"고 밝히면서 올 시즌 앞두고 선수들의 심판에 대한 질의나 판정 어필을 금지한다고 각 구단에 공지한 사실도 전했다. 

KBO의 이런 조치에 대해 선수협은 "심판위원의 판정과 권위를 존중한다"는 전제 하에 "그러나 이번 심판위원의 퇴장 근거가 되는 KBO와 심판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선수협 측에 따르면 지난 2월말 KBO로부터 경기중 선수단 행동지침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선수협은 "KBO는 클린베이스볼 정책을 2018년에도 일관되게 집행하기 위해서 선수협과 선수들의 협조를 부탁하면서 행동지침을 선수들에게 공지해주고 이를 지켜줄 것을 부탁받았다. 선수협은 3월 19일 개최된 선수협 이사회에서 KBO와 심판위원회가 부탁한 행동지침을 선수 이사들에게 알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선수협은 행동지침에 대해 선수들 사이 다른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선수협 이사들은 이 가운데 당연히 선수들이 지켜야 할 것은 지키지만 지침 중에서 경기 중 심판위원에게 인사 금지 부분은 선수개인의 루틴과 관행으로 정착된 부분이라고 판단되어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팬들 의견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면서 "또한 이번 퇴장조치과 관련된 부분인 경기 중 심판위원에 질의 금지(볼판정 여부, 판정에 대한 어필 등)→감독만이 질의 및 어필 가능하며 선수가 어필할 경우 규칙에 의거하여 퇴장 조치라는 지침은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너무 심하게 억압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억압받는 행동지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수협은 "심판위원에게 인사 금지라는 내용은 이미 선수들에게 전지훈련 때부터 공지된 사항이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질의 금지 지침은 선수들에게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개막이 가까와져서야 통보됐다. 선수협은 야구규칙을 지키는 것과 심판위원들의 판정은 존중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논란이 된 판정의 근거가 된 행동지침의 의사결정 방식과 근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선수협은 "심판위원회와 KBO의 판정에 관한 규정은 매우 중대한 내용이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전공지와 의견 취합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행동지침은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고 선수,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할 사항인데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지되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을 가져왔다고 판단한다"면서 "이번 판정의 근거가 된 행동지침이 경기 이해 당사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과도한 야구규칙의 확대 해석으로서 선수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고, 심판위원도 불필요한 경기 진행을 하게 되고, 야구팬들도 지나친 권위의식에 대한 반발과 경기진행 중단으로 인한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이번 일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두루 거론했다. 

끝으로 선수협은 "과거 비디오판독이 없던 시즌에 선수들과 심판들의 판정에 관한 갈등이 최고로 고조됐을 때 선수협의 비디오 판독 도입요청과 KBO의 신속한 제도 도입은 갈등을 해결하고 KBO리그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들었다"면서 선수협과 KBO의 협조 관계의 중요성을 사례를 들어 강조한 뒤 "야구규칙은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사항으로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KBO는 리그 운영의 주체로서 야구규칙상 정확한 판정이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수, 코칭스태프, 심판위원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행동 지침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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