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평행선 달리며 깊어가는 '감정의 골'
노조, 사장실 무단 점거…도 넘은 행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이 극에 달하며 노조가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다.

노조는 사측이 경영악화로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밝히자 이에 항의하며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고 집기를 파손하는 우를 범했다. 당장의 금전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잘못된 극약 처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이 극에 달하며 노조가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지엠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이 자금난으로 지난해 성과급 지급을 못한다고 밝히자 사측의 성과급 지급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인천 부평공장 사장실을 이틀째 무단 점거하고 있다.

현재는 임한택 노조지부장을 비롯해 군산·창원·사무·정비지회장 등 조합원 10여 명이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조원은 사장실에 있던 집기와 화분을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으며, 카젬 사장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노조는 사측이 원래 약속대로 6일 성과급 지급을 이행할 경우 점거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카젬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노조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실 점거는 일단 사측의 향후 행보가 나오기 전까지 유지하겠다"며 "노조는 카젬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노조 전체 차원에서 퇴진 요구를 하는 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조 집행부는 오는 9일부터 부평공장 내 조립사거리에서도 철야 농성에 돌입한다.

오는 11일에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2018년 단체교섭에 대한 보고대회’를 열어 노사 교섭 상황에 관해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노조의 행동이 상황을 악화 시킬 뿐 원천적인 문제해법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노조는 파업의 합법화를 위해 쟁의 조정 신청까지 신청한 상태다. 쟁의조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를 무기로 더 강경한 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부실 경영책임을 두고 제너럴모터스(GM)와 약 3조원의 한국지엠 차입금의 출자전환, 신규 자금 투입 등과 함께 장부 실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산업은행의 지원이 결정되면 회생의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발 한발 한국지엠 회생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대응에 명분을 일은 노조가 사장실 불법 점거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의 원인을 두고 이런저런 견해가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GM은 분명 대주주로서 한국지엠 부실의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 또한 회사 경영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소위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내려놓더라도 뒷돈을 받고 채용을 시켜준 노조의 부도덕성은 일반인들이 GM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한국지엠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고정비용의 구조를 손봐야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이 됐다. 이런 문제 속에서도 노조는 자신들의 ‘복리후생’ 권리에는 절대 손대지 않으려는 것은 회사를 살리고 같은 회사의 동료(군산공장)들을 생각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 같은 노사의 대립으로 한국지엠 경영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자금난으로 이날 지급이 예상됐던 성과급은 지급이 안됐다. 오는 10일 현장 생산직원들 임금과 25일 사무직 임금, 27일 희망퇴직자 위로금 등이 꾸준히 들어가야할 목돈이지만 한국지엠의 돈줄은 본사의 지원이 불발되며 말라가고 있다.

더욱이 올해 들어 판매량은 3달 연속 전녀 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브랜드 신뢰도 역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영업사원들은 다른 직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만둔 일력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1, 2, 3차 부품협력사들은 차 판매 급락으로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졌다며 빠른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부품협력사부터 줄도산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

노조가 파업권까지 확보하고 사측을 압박하면 노사 대립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GM의 한국철수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일부를 강경한 노조의 투쟁이 무너뜨렸다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한국지엠 노조는 하루빨리 회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동참해야 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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